[세종시 신안(新案) 발표 이후] ‘한나라 시계’ 2년 전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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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계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친박계는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상대에 대한 강한 적의(敵意)를 드러내고 있다. 공격진의 멤버도 2년 전과 비슷하다. 박 전 대표에게 “제왕적 총재보다 더하다”고 직격탄을 날린 친이계 핵심 정두언 의원이나, 세종시 신안이 “이명박 정권의 새로운 대못”이라고 반격한 친박계 핵심 유승민 의원은 경선 때 각각 양 캠프에서 전략기획팀장(정 의원)과 정책메시지총괄단장(유 의원)을 맡았던 주 공격수다.

◆친이계, 충청도로=이명박 대통령의 직계 그룹은 13일 충청권에 내려갔다. 일종의 ‘세종시 하방(下放, 1957년 중국에서 당 간부 등을 농촌이나 공장으로 보내 노동에 종사하게 한 것)운동’이다. 정두언·진수희·김용태 의원은 대전에서 현지 언론인 간담회를 한 뒤 대전·충청 지역 당 지지자들과 만나 세종시 신안을 설명했다. 대전이 연고인 김용태 의원은 이날 밤 대전고 총동창회 신년하례회에 참석하고 14일 충남대 특강을 하는 등 장기 체류하기로 했다.


당 지도부에서도 안상수 원내대표가 14일 천안 충남도당 국정보고대회에서 직접 신안 설명에 나서는 등 힘을 싣는다. 친이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박 전 대표와 더 이상 대화가 힘들어진 이상 충청권의 마음을 붙잡아 ‘박근혜의 벽’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하방 아이디어는 과거 전국 민생현장 탐방을 벌였던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조언했다고 한다.

◆친박계, 성명전=친박계 의원들은 연일 릴레이식 성명을 내놓고 있다. 박근혜 캠프 정책특보 출신인 현기환 의원은 13일 성명서에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애쓰는 박 전 대표에게 반민주적이니, 해당 행위니 하고 얘기하는 것은 세 치 혀로 백주에 테러를 가하는 인신공격”이라며 “홍위병이 생각난다”고 주장했다. 친박연대 출신 조원진 의원도 전날 밤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수정안은 국민과의 소통을 외면한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하책 중 하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로써 세종시 신안에 대한 비판 성명을 내놓은 친박계 의원은 유승민·이정현·구상찬 의원에 이어 5명으로 늘어났다. 친박계 중진(4선)인 이경재 의원은 이날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안 원내대표를 향해 “(세종시 신안을) 언제 처리하느냐에 따라 지방선거에 대단한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친박계는 각종 토론 프로그램에 적극 출연해 반대 논리를 펴기로 했다. 

김정하·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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