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난 여전"…북 방문 퀴노네스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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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의 올 곡물 수확량은 1995년 이래 최저인 3백20만~3백40만t 수준에 머물 것이라고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의 구호단체 MCI 특별고문 케네스 퀴노네스 박사가 4일 밝혔다.

1백10만달러 상당의 의료기기와 약품을 제공하고 지난 2일 잠시 한국에 들른 그를 만나 북한의 올해 곡물작황과 정상회담 이후 달라진 북한의 대남인식 등을 들어보았다.

- 북한의 올해 곡물 작황은.

"특히 옥수수 작황이 형편없이 나쁘다. 현지 관리들과 평양주재 세계식량계획(WFP)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해에 비해 30~50% 이상 감소할 것 같다. 함경도와 평안북도가 50% 이상, 황해도는 25% 정도 감소했다.

평양 외곽의 몇몇 농장을 둘러봤는데 옥수수가 대부분 누렇게 말라 죽었으며 그나마 매달린 옥수수도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지난해엔 50만 정보에 옥수수를 심어 1백23만t을 생산했지만 올해는 훨씬 못미칠 것이다.

벼농사도 옥수수 만큼 나쁘진 않지만 지난해 수준만도 못할 것 같다. 당국이 감자 농사를 강조하고 있지만 내 주먹보다 큰 감자는 보지 못했다. "

- 곡물 수확이 감소한 이유는.

"결정적으로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너무 가물었기 때문이다. 물이 부족하니 전력을 생산할 수 없고, 발전(發電)을 못하니 관개(灌漑)용 펌프를 작동할 수 없었다.

비료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리원에는 나프타를 분해해서 비료를 생산하는 공장이 있지만 시설이 너무 낡아 사실상 가동중단 상태다.

지난 5월 남측이 20만t의 비료를 제공했으나 시비(施肥)시기를 놓쳐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농약사정도 마찬가지다. 국영농장은 그래도 나은 편이고 협동농장에서 특히 심각하다. "

- 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대남인식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변했다. 주민들은 물론 중간간부들도 '김대중 대통령님' 이라고 깍듯이 존칭을 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남한을 보는 북한 관리들의 시각도 현실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남한산 비료가 중국산보다 우수하다며 더 많이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 중엔 씨감자를 보내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북한은 그동안 중국산 씨감자를 들여다 재배했는데 세균에 감염된데다 북한 토양과 잘 맞지 않았다.

- 북.미 관계 전망은.

"향후 4~5개월간은 현상유지 차원에 머무를 것이다. 평양은 미국이 테러 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내 정치역학상 그런 과감한 조치를 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만약 클린턴 대통령이 그렇게 한다면 당장 공화당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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