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더하는 '대출 보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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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신용보증기금 이운영 전 서울 영동지점장이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출보증을 둘러싸고 자신이 받았다는 외압의 내용을 공개함에 따라 앞으로 검찰이 풀어야 할 의혹은 그만큼 많아진 셈이다.

무엇보다 "박지원(朴智元)장관으로부터 압력을 받았다" 고 주장한 부분은 검찰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대목.

'추가 보증 거부-고위 인사의 압력-사직동팀 조사-사표 제출-검찰 수사-지명수배' 등 李씨가 주장하는 사건 전개과정의 연결고리를 파악하는 출발점에 朴장관의 압력 여부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朴장관은 이에 대해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건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며 압력설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당시 그는 청와대 공보수석이었으며 검찰에 구속된 박혜룡씨의 동생 현룡씨는 청와대 비서실의 국장으로 재직 중이었다.

박혜룡씨는 검찰 조사에서 "朴장관이 동생을 청와대에 데리고 들어갔다" 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朴장관과 朴씨 형제의 관계도 규명돼야 한다. 朴장관은 그동안 "朴씨 형제의 아버지가 사망했을 때 문상을 간 적이 있지만 혜룡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 이라고 말했다.

李씨는 또 "압력에도 불구하고 대출보증을 서주지 않자 사직동팀이 나섰다" 고 주장했다.사직동팀의 내사엔 고위층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뜻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청와대의 하명사건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 개인적인 문제에 개입해 청탁성 조사를 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따라서 사직동팀이 왜 李씨를 내사하게 됐는지도 밝혀야 한다. 이와 관련, 현룡씨는 검찰 조사에서 "보증보험을 방문해 도와달라고 말했다" 면서 "사직동팀의 내사는 나와 무관한 것" 이라고 진술했다.

사직동팀 수사과정에서 공직자의 압력 여부가 왜 조사되지 않았는지도 규명돼야 한다. 李씨는 "조사받으면서 공직자로부터 압력을 받았다고 밝혔다" 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공직자의 비위사실을 조사하지 않은 것은 표적 사정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朴씨 형제가 한빛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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