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도심 인도 실종…가건물·차량 즐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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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구 인도에 보행자의 권리가 위협받고 있다.

불법 주.정차 차량들과 도로변 가게들이 내놓은 물건 등이 인도를 차지하는 바람에 행인들은 제대로 발걸음을 떼기 어렵다.

인도에 만들어 놓은 자전거 도로도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단속은 겉돌고 있다.

◇ 실태=지난 28일 오후 취재팀은 대구 서구 원대오거리에서 중구 서성네거리까지 5㎞를 자전거를 타거나 도보로 직접 둘러 보았다.

원대오거리~고성네거리 인도에는 불법 주.정차한 길옆 기계부품업체들의 차량들이 발길을 막았다.

B정기 앞 인도에는 프라이드 차량이, J기계상사 앞에는 그랜저가 버젓이 서 있었다.

J기계상사의 20대 남자 종업원은 "달리 주차할 곳이 없어 사장님 차를 세워둔 것" 인데 무슨 간섭이냐는 태도였다. 고성네거리 모퉁이의 현대.대우.기아자동차 영업소 앞 인도는 아예 주차장이었다.

바로 옆에 '이 지역은 차량 주.정차시 단속 대상' 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지만 5~6대의 차량들이 주차돼 있었고 수시로 인도를 들락거렸다.

고성네거리를 지나자 인도의 적색 보도블록들이 울퉁불퉁 튀어나왔고 곳곳이 부서져 있어 자전거 운행이 어려웠다. 인도를 도로나 주차장처럼 사용하는 차량들 때문이었다.

고성아파트 건너편 인도는 고성시장 상인들의 가건물이 절반을 차지했다. 곰장어 등을 파는 포장마차의 천막.탁자.의자 등이 쌓여 있었는데 밤이면 인도를 다 차지한다는 게 주민들의 말이었다.

고성동을 돌아 북성로.서성로 일대에 이르자 인도는 공구상가들의 창고.작업장으로 변해 있었다.

각종 기계부품이 인도를 차지하고 간판작업 등을 하는 바람에 인도는 기름.페인트 등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인도에서 알루미늄 작업을 하던 K열상사 주인은 "행사 등이 있을 때 구청에서 협조요청을 해오면 치운다" 며 "작업공간과 물건을 둘 곳이 비좁아 어쩔 수 없다" 고 말했다. 가게 앞엔 알루미늄 사다리 등이 쌓여 있었는데 쓰러지면 행인의 안전이 위험스러울 정도였다.

◇ 대책은 없나=보행권이 위협받고 있지만 단속은 겉돌고 있다. 인도변 가게들이 대부분 영세한 업체들로 주차공간과 충분한 작업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다.

구청 관계자들은 "수시로 단속을 하지만 단속할 때만 치울뿐 노상 적치와 불법 주.정차가 반복된다" 고 말했다. 보행권 침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차주나 업주들의 인식도 문제다.

취재에 동행한 유명종(劉明鍾.45.서구 원대3가)씨는 "인도는 당연히 보행자들의 몫이기 때문에 불법 주.정차나 노상 적치로 인도를 훼손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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