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루키 20 [17] NHN [18] 넥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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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인터넷을 하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알 것이다. 온라인 게임 ‘카트라이더’를-. 네이버는 NHN이, 카트라이더는 넥슨이 만들었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일하기 원하는 구직자에게 인기가 많은 회사다. 지난해 신입사원 채용 시 NHN은 490대 1, 넥슨은 9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한 신입사원 중 대표로 꼽힌 이는 누구일까. NHN은 인터넷 음악 동호회 DJ 활동을 했던 김준호(26)씨를, 넥슨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대회 참가 경력을 갖고 있는 이경민(26)씨를 대표 신입사원으로 꼽았다.

글=김기환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NHN 김준호씨
네이버와 페이스북 비교
자기소개서 후한 점수 받아

“네 페이스북(온라인 인맥관리 사이트) 주소 좀 알려줄래?”

2007년 3월. 어학 연수를 하러 미국 루이빌대에 들어갔던 김준호씨가 처음 만난 외국인 친구에게 들은 소리다. 그들은 전화 번호나 e-메일 주소를 묻지 않았다. 김씨는 “외국인 친구들은 대부분 페이스북을 쓰고 있었다”며 “그때 처음으로 페이스북을 다뤄봤다”고 말했다. 이 경험은 그가 NHN에 입사하는 데 도움이 됐다.

“자기소개서에 페이스북과 네이버를 비교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면접관도 관심이 있었는지 그 부분에 대해 묻더라고요. 전문 용어를 섞어 가며 ‘아는 척’을 했죠. 네이버도 페이스북처럼 사용자 참여 중심의 ‘웹 2.0’ 포털 서비스로 거듭나야 한다고요.”

인사담당 이승현 팀장은 “IT 업계 동향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 답변”이라며 “회사 서비스의 좋은 점만 늘어놓기보다 다른 서비스와 비교해 설명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인터넷 매니어다. 인터넷 음악 동호회 카페에서 DJ로 활동했다. 그는 “회원에게 신청곡을 받아 들려주는 인터넷 음악 방송 DJ였다”며 “일주일에 한두 번 방송할 때마다 수십 명의 회원이 접속해 함께 음악을 즐겼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활동 덕분에 2004년 1월 ‘싸이월드 오늘의 회원’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의 전공은 컴퓨터공학. 그는 “IT 회사에 입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소프트웨어 공학’ ‘컴파일러(compiler)’ 등 어려운 과목을 골라 들었다”고 말했다. 예식장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드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다. 이 팀장은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남보다 좀 더 관심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며 “인터넷 카페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전공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했던 김씨는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입사한 그는 네이버 검색서버2팀에서 일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검색 서비스를 개발하는 일이다. 그는 “작은 아이디어 하나를 가지고 20세에 페이스북을 창업해 세상을 바꾼 마크 주커버그를 닮고 싶다”고 말했다.

넥슨 이경민씨
고교 때부터 IT로 진로 결심
전공수업만 100학점 이상 들어

1997년 처음으로 컴퓨터를 샀다. 이경민씨가 13세 때였다. 그는 ‘창세기전’이란 게임에 빠져들었다.

“컴퓨터 모니터에 ‘메모리가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뜨면서 먹통이 되는 거예요. 한창 게임에 빠졌을 때라 고치기 전까지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며칠 동안 PC통신을 뒤져 고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그런 뒤로 친구 집을 돌아다니며 컴퓨터를 고쳐줬다. 그는 “게임하며 돌아다닌다고 어머니께 많이 혼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그는 게임 회사 넥슨에 입사했다. 인사담당 박현욱 부장은 “게임에 대한 관심은 회사 입사의 필수 조건”이라며 “게임을 잘하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보다 실제 즐기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씨가 IT 업계에서 진로를 찾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컴퓨터 학원에 다니며 컴퓨터그래픽스운용기능사 자격증을 땄다.

한성대 컴퓨터시스템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때는 전공에 충실했다. 전공 수업만 100학점 이상 들었다고 한다. 그는 “수업만 듣는 게 아니라 집에 돌아가서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어봤다”고 말했다. 간단한 알람 프로그램은 직접 만들어 쓰는 식이었다.

박 부장은 “회사가 게임 개발자를 뽑을 때 가장 집중적으로 보는 건 기본기”라며 “이씨는 직접 만든 프로그램을 포트폴리오로 제출하는 등 탄탄한 기본기를 갖췄다는 인상을 남겼다”고 말했다.

기본기를 뽐내보려 대학생 프로그래밍 경시대회(ACM-ICPC)에 학교 대표로 참가했다. 이씨는 “비록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게임 분야에 관심을 가진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NHN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다.

박 부장은 “ACM-ICPC는 업계 관계자가 다 아는 대회”라며 “대회에 참가하고 인턴을 하는 등 꾸준히 관련 분야 경험을 쌓은 점이 그를 ‘대표 신입사원’으로 꼽은 이유”라고 말했다.

게임개발팀에서 그가 맡은 게임은 ‘크레이지 아케이드’. 사용자의 반응을 실시간 점검해 콘텐트를 추가하고 서비스를 개선한다. 97년 이씨를 나무랐던 어머니는 이제 그를 나무라지 않는다. 이씨는 “오랫동안 즐겨온 게임을 하며 돈을 벌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말했다.



NHN·넥슨 입사 어떻게
NHN, 프리테스트 통해 전공 관련 지식 평가
넥슨, 3단계 심층 면접 … 조직 융화력 중시

-서류 작성 팁을 준다면.

“일정 수준의 학점(3.0/4.5점 만점)만 넘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따라서 자기소개서가 중요한 평가 항목이다. 항목을 따로 두지 않고 자유 양식으로 작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채점관은 슬라이드 화면에 자기소개서를 띄워 놓고 평가한다. 평범하게 쓴 자기소개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한 지원자는 스스로를 돈키호테의 후손으로 비유해 무전여행 경험을 썼다. 개성 있게 표현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면접 전형은.

“1차 면접은 팀장이 면접관으로 참여한다. 직무에 대한 기본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평가한다. 직무 이해도가 높으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프레젠테이션 면접도 치른다. 일부 직무는 토론 면접도 본다. 인터넷 실명제 등 이슈에 대한 찬반 토론 형식이다. 2차 면접은 임원 면접이다. 인성을 주로 본다.”

-채용 과정의 특징이 있다면.

“사전 검사(Pre-Test)를 통해 전공 관련 지식을 평가한다. 전형 과정에서 주로 보는 것은 창의성이다. 모범 답안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넥슨> -서류 전형 팁을 준다면.

“실무자와 인사 담당자가 함께 이력서를 평가한다. 전형적인 자기소개서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인재상이나 해당 직무와 관련된 키워드를 나열하는 것도 감점 요소다. 해당 직무를 선택한 이유와 직무 관련 역량을 쌓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내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게임 회사에 입사하겠다는 열의를 보여주면 금상첨화다.”

-면접 전형은.

“서류 전형을 통과하면 3단계 심층 면접을 진행한다. 팀 면접이 우선이다. 지원자가 일하게 될 팀 실무진이 진행하는 면접이다. 해당 팀과 잘 어울리는지, 직무에 필요한 기초 지식을 갖고 있는지 평가한다. 다음은 직군 면접이다. 해당 직무 전문가가 면접관으로 참석한다. 전문 역량을 갖고 있는지 평가하는 과정이다. 최종 면접은 인사 담당자가 면접관으로 나선다. 넥슨 인재상에 부합하는지 평가하는 인성 면접이다. 임원 면접은 치르지 않는다.”

-선호하는 신입사원 유형이 있다면.

“게임 회사라고 해서 독특하고 남다른 사람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본 소양과 조직 융화력,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모범생’형 신입사원이 많다. 장황하고 화려한 말투를 쓰는 사람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겸손·간결하게 답하는 지원자를 선호한다.” 자료: 인크루트 www.incru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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