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민주당 8.30 전당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최고위원 경선이었다. 15명의 최고위원 후보들은 열띤 연설대결을 펼치며 한표를 호소했다.

투표용지 대신 컴퓨터로 기표하는 전자투표를 도입한 대회장엔 전자투표용 컴퓨터 50여대가 설치됐고, 당 선관위는 투표종료 직후 바로 선거결과를 발표했다.

◇ 팽팽한 한화갑.이인제의 막판대결=1위를 다툰 한화갑(韓和甲).이인제(李仁濟)의원은 경쟁적으로 "김대중 대통령의 개혁을 완수하고 정권재창출을 이룰 적임자" 라며 막판지지를 호소했다.

韓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이 감옥갈 때 같이 감옥갔고 金대통령의 망명시절에는 버린 자식처럼 설움을 받았다" 며 "金대통령을 지키고 강력한 정부와 여당을 지킬 파수꾼이 될 사람은 바로 나" 라고 외쳤다.

李의원은 "대통령을 공격하고, 국회를 내팽개치고, 민주당 해체의 망언을 하는 한나라당을 물리쳐 대통령을 막아내고 개혁을 성공시키겠다" 고 다짐했다. 李의원은 '사심없는 헌신' 을 강조한 金대통령의 발언을 의식한 듯 연설에서 '강한 여당' 을 내세웠다.

범동교동계로 권노갑(權魯甲)고문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전해지는 안동선(安東善)의원은 "최고위원이 뭐길래 30년 한솥밥 먹은 사람을 뒤에서 모략질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며 한화갑 의원측을 겨냥하는 발언을 했다.

연단 위에 자리한 權고문은 安의원의 연설을 무표정한 모습으로 지켜봤다.

◇ "마지막 한표까지" =한표라도 더 얻으려는 후보들의 읍소작전은 치열했다. 후보들은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대회장을 돌며 선거운동을 하다가 '규정위반' 이라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박상천(朴相千)의원은 "총무시절 상대였던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은 부총재가 돼 잘 나아가고 있다. 이걸 참고해달라" 고 해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정대철(鄭大哲)의원은 어머니이자 金대통령의 평생 후원자였던 고(故)이태영(李兌榮)여사를 거론, "金대통령이 당선된 날, 치매에 걸린 어머니에게 '김대중 선생님이 대통령이 되셨다' 고 말했지만 알아듣지 못하고 웃고 있던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며 대의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최연소 후보인 김민석(金民錫)의원은 "현재 7등인데 아버님.어머님.형님.누님같은 여러분이 도와주면 당선하고 그렇지 않으면 떨어진다" 고 주장했다.

이협(李協)의원은 "신문이 최고위원 등수를 매기지는 않는다. 깨끗한 것이 강하다" 며 사전 지지율 조사에 구애받지 말고 소신투표를 해줄 것을 부탁했다.

후보들은 노골적으로 김심(金心.김대통령의 의중)을 들먹이기도 했다.

추미애(秋美愛)의원은 "金대통령이 딸처럼 아끼고 격려해주고 있는 것을 가슴에 담고 노력하고 있다" 고 했다.

김중권(金重權)지도위원은 "제가 떨어지면 한나라당이 웃고, 당선하면 김대중 대통령이 활짝 웃는다" 며 '영남 최고위원' 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 낯선 전자투표=상당수 대의원들이 처음으로 실시되는 전자투표에 익숙지 않은 탓에 투표 도우미들을 기표소 안으로 불러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기표소 부근에 사람들이 몰려들자 김원길(金元吉)선관위원장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일부 몰지각한 지구당위원장들이 기표소 옆에서 대의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고 공개경고하기도 했다.

金위원장은 또 "투표자들이 너무 몰려 서있어 뒷사람이 기표소 틈으로 앞사람의 기표내용을 볼 수 있다" 며 잠시 투표카드 발급 중지를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큰 문제는 없었으며 선관위측 계획대로 진행됐다.

한편 이날 자민련 김종호(金宗鎬)총재권한대행이 축하를 위해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교섭단체 구성 문제 등을 감안해 한나라당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는 의견이 제기돼 함석재(咸錫宰)총장.오장섭(吳長燮)총무가 대신 참석토록 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화환을 보냈고 김기배(金杞培)총장이 참석했다.

이정민.김정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