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잘못 없는데…" 여론에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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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요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28일 민주당 간부들의 보고를 받으면서 "분위기가 무거웠다" 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새롭게 출발한 국정 2기가 파문으로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윤철상(尹鐵相)의원의 '선거비용 실사개입 의혹' 발언 파문은 정면 돌파키로 했지만 정국 대치상태는 가팔라지고 있고, 송자(宋梓)교육부장관의 자격시비는 쉽게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한빛은행 거액 불법 대출사건은 청와대가 관장하는 사직동팀과 연결돼 확산되고 있으며, 박상희(朴相熙)의원은 자신의 중소기협회장직 사퇴를 9월말로 잡아 시원스럽게 마무리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던 2기의 출발점이 헝클어져 국정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된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움직임을 "이회창 총재의 집권전략과 연결된 근거없는 정치공세" 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논란이 정권의 도덕성 문제와 연결돼 있어 부담스럽다" 고 토로했다.이에 따라 여권 핵심부에선 宋장관의 거취 문제를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 宋장관 문제가 정권차원의 도덕성 시비로 비화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또다른 관계자는 "宋장관 거취 문제 검토는 지난해 단편적 해명의 대응으로 여론을 장악하지 못해 치명타를 맞은 옷 로비 사건의 재판(再版)이 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宋장관의 경우 삼성전자 실권주 인수.한일은행 사외이사 겸임 문제 등 모르던 사실이 속속 드러나 임기응변식 대응으론 사태를 수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쪽에선 "金대통령은 다른 문제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야당의 선거비용 실사개입 주장 등 사실이 아닌 부분에 대해선 야당의 일방적 주장에 휘둘려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최근 청와대는 여론의 흐름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여론 설득이 필요하다. 그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 이라고 말했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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