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세계평화정상회의 28일 개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세계 각지의 종교지도자들이 종파를 초월해 인류평화를 논의하는 '밀레니엄 종교 및 영성 세계평화정상회의' 가 28일 나흘간 일정으로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개막됐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발의와 CNN 창립자인 테드 터너의 유엔재단 등 국제 재단들의 후원으로 열린 이번 회의에는 교황청의 종교간 대화담당 위원장인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을 비롯해 캄보디아의 불교지도자 삼데치 프레아 마하 고사난다, 보스니아의 이슬람교 지도자 무스타파 세리치, 이스라엘의 랍비 지도자 메이어 라우, 미국의 제시 잭슨 목사 등 전세계 유명 종교지도자 1천여명이 참석하고 있다.

이 회의는 아프리카.유럽.아시아 등 각 대륙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종교 관련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유엔에 대한 지지 방안을 논의하는 종교지도자들의 첫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10년 동안 종교와 관련해 발생한 새로운 내전 및 국제분쟁만도 1백건이 넘는다.

참석자들은 ▶분쟁 해소▶용서와 화해▶빈곤 구제▶환경 보존 등 네가지 주제에 관해 토론한 뒤 '관용과 비폭력을 위한 사명' 이라는 세계평화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유엔 사무총장에게 조언하는 국제자문위원회와 지역별 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44명으로 구성되는 국제자문위에는 한국의 강원용 목사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엔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초청자 명단에서 누락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엔은 그가 종교가 아닌 '정치' 지도자라는 중국측의 주장을 고려, 그를 제외시키도록 주최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이기도 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데스몬드 투투 성공회 주교는 "유엔의 권위와 이번 정상회의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처사" 라고 비난했다.

이에 따라 주최측은 달라이 라마를 유엔본부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열리는 행사에만 초청했으나 그는 참석을 거부한 채 8명의 사절단만을 파견했다.

이와 함께 짧은 일정 속에서 종교 분쟁과 같은 미묘한 문제에 대해 많은 성과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주최측은 차기 회의를 한국전 51주년을 맞아 내년 6월 25일 남북한이 동시 개최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바와 제인 세계평화정상회의 사무총장이 10월말께 남북한을 동시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姜목사 외에 송월주 스님(전 조계종 총무원장).최창규 성균관 관장.전운덕 천태종 총무원장.김동완 목사(KNCC총무)등과 시인 고은씨 및 새천년 평화재단총재 이승헌씨 등 15명이 참가하고 있다.

김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