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집값은 어떻게 움직이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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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토지·건물 등 움직일 수 없는 재산을 부동산(不動産)이라고 하지요.다른 상품과 달리 생산지와 소비지가 일치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한 지역에서 남아 돌아도 부족한 곳으로 옮겨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부동산은 위치는 고정돼 꼼짝할 수 없지만 가격은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서울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38평형을 예로 들어볼까요. 1990년 12월 4억원 하던 것이 요즘은 5억5백만원으로 1억원도 넘게 올랐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집은 낡아가는데 값은 오른 것이지요.

이 아파트는 91년 5월 4억3천만원 하던 것이 경기도 성남 분당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자 떨어지지 시작했다가 94년 6월 종전 가격을 회복했습니다. 97년말 외환위기가 시작되자 폭락했다가 98년말부터 서서히 올랐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왜 움직일까요? 우리가 살고 있는 주택을 중심으로 알아보죠.부동산 값도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수요는 주택을 구입하려는 의사를 말합니다.그 중에서도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수요(유효수요)가 중요합니다.

잠깐 여기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이유를 살펴봅시다.

제일 중요한 것이 거주 목적이겠지요.의식주 중에서 바로 주(住)생활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지요.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해 투자 목적으로 주택을 사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집이 없으면 자주 이사해야 하고, 전세값이 뛰면 집주인이 뭐라고 할까 걱정하며 오른 금액을 마련하느라고 뛰어 다녀야 하는 점이 주택을 구입하도록 하는 이유가 됩니다.흔히 ‘집없는 설움’이라고들 말하잖아요.

다음,주택 수요를 좌우하는 요인은 무엇일까요?

우선 경기(景氣)를 꼽을 수 있습니다.경기가 좋아져 기업이 장사를 잘하고 종업원에게 월급을 더 줘 개인소득이 올라가면 구매력도 자연히 높아져 주택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겠죠.

인구구성 변화도 주택 수요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정 시기의 출생률이 높으면 이 때 태어난 사람들이 성인이 돼서 주택을 마련할 때 쯤 되면 값이 올라갑니다. 핵가족화로 결혼과 함께 딴 살림을 차리거나 독신자가 늘어나면 주택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도시화의 진행 속도나 주택보급률 등도 수요의 크기를 결정하는 변수가 됩니다. 한편 공급은 수요에 의해 결정됩니다.

수요와 공급이 서로 만나면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상태,즉 사려는 사람이 팔려는 사람보다 많으면 가격은 당연히 올라가겠죠.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60년대말, 70년대말, 80년대말 10년 주기로 급등하는 특이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특히 80년대 말 아파트 가격이 해마다 30∼40%씩 뛰었습니다.

아파트를 분양받는 순간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붙여 팔 수 있기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집을 구입하는 게 유행이었습니다.부동산 투기를 주도하는 아줌마들을 일컫는 ‘복부인’과 주택을 우선적으로 분양받을 수 있는 자격을 나타내는 ‘0순위’라는 용어도 부동산에서 생겨난 것 입니다.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면 양상이 달라집니다.주택가격은 떨어지고 미분양 사태가 발생하고 재고 주택이 늘어납니다.91년 5월 분당 신도시에 5천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습니다.재고가 쌓이면 건설회사들은 광고를 늘리고 경품을 내거는 등 판촉을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동원합니다.

요즘 부동산 시장은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아파트가 남아돌지요.지방에 미분양 아파트가 많답니다.심지어 같은 도시안에서도 위치(입지조건)와 품질에 따라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합니다.

미국·유럽 등 외국은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가격이 심하게 변하지 않습니다. 주택을 소유개념으로 보지 않고 이용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죠. 굳이 내집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 대신 빌려서(임대)생활해도 좋다는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부동산 가격과 경기·금리와의 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경기가 좋으면 부동산 수요도 증가한다는 것은 앞에서 이야기 했죠. 기업은 생산을 늘리기 위해 공장과 사무실이 더 필요합니다. 개인도 취직이 잘되고 소득이 증가하면 주택을 갖고자 하는 욕구가 증가합니다. 불황이면 반대 현상이 나타나겠죠.

그러나 경기와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에는 시차가 있습니다. 보통 경기 변동이 있고 1∼2년이 지나면 부동산 가격에 영향이 나타납니다. 최근에는 이 간격이 좁혀지는 추세입니다.

주가와 부동산의 관계도 비슷합니다. 주식시장이 활기를 보여 주가가 오르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부동산 시장으로 돈이 옮겨가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가져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부동산과 주식은 시차를 두고 함께 오르거나 내립니다.

이에 비해 금리는 부동산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수요는 줄고 금리가 낮아지면 부동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은행에서 돈을 대출받아 내집을 장만하려고 하다가도 이자 부담이 늘면 망설이게 되겠죠.

돈을 갖고 있는 사람도 예금해서 이자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게 됩니다.그러나 이것은 이론일 뿐 현실에서는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움직일까요.

과거와 같이 급등하는 일은 없고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재테크 하려면 집을 사지 말라고 충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현재 94%인 주택보급률이 2002년이 되면 1백%가 되기 때문에 투자 대상으로서의 주택은 더 이상 매력이 없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수요자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재편돼 건설사는 규격화된 아파트 대신 입주자의 기호에 맞춰 다양하게 지을 수밖에 없지요. 아파트 땅을 파기도 전에 수천만원씩 돈을 받고 분양하는 현재의 선(先)분양 제도도 사라질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건설회사·부동산업자 등은 여전히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개발할 수 있는 토지는 전 국토의 4%로 제한돼 있고 수요는 계속 창출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주택보급률도 가격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요소가 되지 못한다고 반박합니다. 이들은 학군·문화시설·교통여건 등 생활에 편리한 요소를 갖춘 곳의 주택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습니다.

우리 국민들이 주택에 대한 집착이 유달리 강하기 때문에 사두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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