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음악무대 풍성하긴 한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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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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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은 초.중.고교생들을 겨냥해 비슷비슷한 타이틀을 내건 청소년음악회가 8월의 음악무대를 휩쓸고 있다. 대극장 공연 중 성인을 위한 일반 음악회는 부천시향의 말러콘서트(16일), 서울시향 팝스콘서트(18~19일), 코리안심포니 정기연주회(23일), 볼쇼이오페라단의 '스페이드의 여왕' (25~27일)정도가 눈에 띨 뿐 온통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다.

그래서인지 예년처럼 신문사에 청소년음악회를 안내해달라고 빗발치던 독자들의 문의전화도 뚝 끊겼다.

지난 1995년부터 여름방학 과제로 음악회 감상문 제출이 채택되면서부터 '방학숙제용 음악회' 로 변질된 청소년음악회에 군소 기획사들은 물론 각 공연장.오케스트라들이 대거 참여해 열띤 경쟁을 벌인다. 수준도 비슷해 옥석을 가리기 힘들 정도다.

그런데 문제는 각 공연장이나 오케스트라에 청소년 교육을 전담하는 전문가 출신 직원이 단 한 명도 없어 대부분 졸속 기획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데 있다.

청소년음악회가 '청소년을 노린' 음악회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가 되려면 장삿속이 아니라 지금부터 미래의 청중을 위한 투자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청소년 관객을 우습게 생각해서 준비성 없는 무대를 꾸민다면 처음 공연장을 찾은 청소년들이 실망감에 젖어 평생 클래식 음악을 외면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많은 연주자를 무대에 세우고 싶은 욕심에 프로그램을 협주곡만으로 채우는 것보다 처음부터 청소년 관객을 염두에 두고 작곡했거나 가족음악회에 잘 어울리는 레퍼토리를 들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모턴 굴드가 바흐.모차르트.브람스.리스트.요한 슈트라우스.차이코프스키.바그너.드뷔시.듀크 엘링턴.거슈윈 등 10여명의 작곡가의 스타일로 각각 4분짜리로 편곡한 미국민요 '스와니 강' , 카발레프스키의 '코미디언' , 크레스턴의 '마림바 협주곡' 등 색다른 곡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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