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겨울방학 홈스쿨 따라잡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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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짜였던 겨울방학계획표도 연휴를 거치며 느슨해지기 일쑤다.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겨울방학을 알차게 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홈스쿨러(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부모로부터 직접 배우는 학생) 정은혜(8)양과 어머니 우수명(48)씨의 사례를 통해 겨울방학 동안 집에서 효과적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7개월째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 우씨는 “겨울방학 동안 홈스쿨을 활용하면 자기주도적 학습습관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것’으로 꽉 찬 홈스쿨시간표

“저 영어수업 받을 시간이에요. 20분간 기다려주세요.” 지난 달 22일, 강남구 대치동 정양의 집. 기자와 거실에서 대화를 나누던 정양이 오후 2시가 되자 벌떡 일어나 공부방으로 향했다. 매일 20분씩 진행되는 필리핀 원어민 강사와의 영어 화상수업 때문이다.

정양의 일일 공부시간은 학교에 다니는 또래 초2 학생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어·영어·수학·과학을 1시간씩 공부하고 나면 나머지 시간엔 자유롭게 만들기나 책읽기, 중국어와 일본어를 스스로 공부한다. 하지만 정양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여느 아이들과 다르다. “집에서 공부하는게 매일 재미있고 오늘은 무슨 공부놀이를 할까 기대돼요.”

정양의 하루는 자신이 직접 짠 ‘일일계획표’에 따라 진행된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식사를 한 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좋아하는 것’하기다. 아침 8시부터 1시간 동안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할 생각에 저절로 기대에 차눈이 떠진단다.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다보면 오전 9시가 된다. 이때부터 세시간 동안은 ‘공부놀이’시간이다. “수학공부는 놀이 같아요. 계산문제를 풀고 나면 예쁜 색색 막대로 맞는지 틀리는지 검산하는 것도 재미있고요.” 과학에서 ‘공기와 물’을 공부한 뒤엔 투명한 그릇에 물을 받아 주사기로 물 속의 공기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실험한다.

연간목표에 따라 방학계획 세울 수 있어

교재와 실험도구, 다양한 활동거리를 제공하는 역할은 엄마 우씨의 몫이다. 홈스쿨을 하기로 결심한 뒤부터 우씨는 한국과 미국의 초등교과 커리큘럼을 꼼꼼하게 분석했다. 현재 정양은 국어는 한국 교과 과정의 교과서와 문제집, 수학·과학은 미국 홈스쿨 교과 과정의 교재로 공부하고 있다. 영어는 재미교포인 아빠와 함께 자기 수준에 맞춰 문법과 읽기·쓰기를 병행할 계획이다. 우씨는 “영어교재로 수학·과학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레 영어공부가 되고, 다양한 교구로 실험을 하면서 통합교과 학습까지 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우씨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방학동안몇 가지 주제를 정해 홈스쿨 식으로 계획을 세워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홈스쿨링에서 목표는 곧 시간표와 통한다. 연간-월간-주간-일일 계획표는 자칫 엄마도 소홀하기 쉬운 장기목표에 맞춰 세부목표를 다잡도록 도와준다.

가족이 대화를 나눈 뒤 함께 정한 2010년 정양의 목표는 ‘다양한 외국어에 능통하고 학습에 충실하며 인성이 바른 어린이.’ 정양은 “3개월 전부터 시작한 일본어·중국어를 꾸준히 공부하고, 수학·과학 공부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간목표에 따라 월간·주간의 세부 목표를 어머니 우씨가 정리해 주면 정양이 다시 일일계획표를 정하고 그에 따라 생활한다. 우씨는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연간목표의 달성량을 방학에 많이,학기 중엔 비중을 작게 잡는 정도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의 역할은 ‘관심’과 ‘정보제공’

홈스쿨에서 부모의 관심은 성공여부를 좌우한다. 아이가 스스로 모든 일을 하도록 격려하되, 세세한 부분을 바로잡고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직접 일일계획표를 짜도록 지시한 뒤, 완성된 계획표상공부시간과 휴식시간 비중이 3:2로 적절히 배분돼 있는지 확인하는 식이다.

아이가 다양한 분야에 고루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빠질 수 없다. 정양은 최근 엄마와 신문을 읽은 경험을 바탕으로 2주전부터 ‘은혜가족신문’을 발간하고 있다. 직접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신문은 구독료가 3000원이다. 인터넷으로 출력한 레시피로 요리를 만들고, 저녁엔 책을 읽는 엄마·아빠 사이에 앉아 손의 소근육 발달에 좋은 뜨개질을 한다. 모두 엄마와 정양이 함께 수집해 정한 다양한 ‘생활체험학습’이다.

우씨는 “‘왜 수학시간에 놀고 있어?’라고 비난조로 묻는 대신‘지금은 수학시간인데 만들기를 하고 있구나. 시간을 바꿨니?’ 식으로 부모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 일러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엄마와 아이가 둘다 긴장하는 처음보다 2주 정도 지난 뒤가 더 해이해지기 쉽다”며 “아이가 느슨해질 때 함께 시간을 갖고 다시 새로운 계획표를 짜며 마음을 다잡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설명]“집에서 수학·과학도 놀이처럼 공부해요” 정은혜양이 책들로 꽉 찬 거실에서 어머니 우수명씨와 함께 책을 읽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

< 사진=황정옥 기자 ok76@joongang.co.kr >


Tip 겨울방학 홈스쿨, 이렇게 해보세요

1. 2010년 한해의 연간학습목표를 세워보세요
2. 월간·주간계획을 엄마가 정리해주세요
3. 아이가 세운 일일계획을 보완·수정해주세요
4. 다양한 생활체험학습 정보를 수집해주세요
5. 마음가짐이 해이해질 땐 새 계획표를 짜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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