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up]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 고급 이미지 심으려 임대료 싼 곳 피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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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가 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갤러리아점에서 성공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1년7개월 만에 100호점을 낸 토종 커피전문점 브랜드가 있다. ‘카페베네’. 2008년 4월 서울 천호동 1호점을 시작으로 지난해 11월 100호점을 돌파했다. 글로벌 브랜드인 스타벅스는 국내 진출 5년 만에 100호점을 냈었다. 스타벅스 외에도 커피빈·할리스·엔제리너스 등 선발 주자가 즐비하고, 업종 특성상 번화한 상권에서 대형 입지를 골라야 하는 어려움 속에 이룬 성과다.

김선권(42) 카페베네 대표는 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에 뛰어들 때 100곳 이상 매장을 가진 커피전문점 브랜드가 5개나 있었다”며 “기존 업체들의 마케팅 방식으로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말부터 기존 커피전문점에서는 하지 않던 스타 마케팅을 시작했다”며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사이더스HQ와 손잡고 배우 한예슬을 모델로 내세웠다”고 덧붙였다.

-연예인 마케팅에 나선 계기는.

“작은 업체가 브랜드 이미지를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대기업 계열 엔터테인먼트 회사와의 공동 마케팅을 추진했다. 해당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사업본부장을 영입해 사이더스 측과 접촉했는데, 마침 당시 그곳 대표가 카페를 운영한 적이 있어 큰 관심을 보였다. 한 달에 10억원을 들여 광고를 하자 주변에서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들 했다. 카페베네라는 브랜드보다 ‘한예슬 커피’를 홍보했는데, 결국 그 단어가 포털 검색어 1위를 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광고가 한창이던 지난해 3~5월 수첩을 보면 ‘지금이 인생 최대의 위기’라고 적혀 있다. 자금 면에서 전력 투구를 한 터라 걱정이 컸다. 하지만 모험을 하지 않고는 기존 브랜드를 잡을 수 없었다. 매일 매장에서 손님들의 대화를 살폈는데, 브랜드가 점차 알려지고 있었다. 가맹 문의를 해오는 이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매장 출점 전략은.

“처음에는 임대료가 싼 곳에 매장을 내면 가맹점주의 수익이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객이 커피전문점을 고를 때 중시하는 것은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였다. 그래서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의 건물 6개 층을 16억원에 임대했다. 지하 2~3층과 지상 3층은 사이더스 연기아카데미로, 지하 1층과 지상 1~2층은 카페베네 매장으로 쓰는 점포를 지난해 5월 냈다. 강남 갤러리아백화점 건너편에도 661㎡(약 200평)짜리 매장을 냈는데, 교통량이 빈번한 고급 상권의 초대형 매장으로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를 노렸다.”

-다른 차별화 요소가 있나.

“인테리어와 메뉴다. 스타벅스가 국내에 들어온 지 10년이 되는 시기라 소비자 기호에 변화가 온다고 보고 유럽형 빈티지 스타일을 접목했다. 프랑스의 역 광장에 있던 대형 시계를 사오고 기둥과 벽을 오래된 듯한 분위기로 꾸몄다. 컴퓨터를 들여놓고 붙박이 의자마다 전원 콘센트도 달았다. 커피와 충돌한다고 여겨지던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선보였는데, 대형 진열장을 신설해야 해 기존 브랜드로선 도입하기 어려운 메뉴다. 벨기에 와플을 더하자 가족 단위 고객이 늘었다.”

-향후 계획은.

“올해 300호점을 돌파해 국내 최대 브랜드 중 하나가 되고 싶다. 투자를 받아 해외로도 나갈 작정이다. 중국의 대기업과 제휴하는 등 아시아 다운타운에 카페베네 간판을 내걸고 싶다. 세계인이 즐기는 아이템을 토종 브랜드로 만들어 해외로 가는 게 진정한 글로벌화다.”

김성탁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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