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 꼭 돈 들여야 공부 잘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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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근 교육비 등의 문제로 아이 하나도 키우기 어렵다는 말과 보도가 있다. 그러나 아이 교육비에 들어가는 돈이 엄청난 것은 사실이지만 엄마가 아이 뒤를 하루 종일 쫓아다녀야 그 아이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비싼 영어 유치원에 다녀야 하고, 방학 동안 영어 캠프를 다녀와야 하고, 어학연수를 갔다 와야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것을 챙겨주다 보면 자립심이 부족해져 저학년까지는 부모의 도움으로 잘할지 모르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스스로 하는 아이에 비해 학습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학원마다 셔틀버스가 있는데 굳이 엄마가 차로 태워다주는 '로드 매니저' 역할을 자청할 이유도 없다.

엄마들도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엄마가 그렇게 해야 아이의 성적이 올라가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아무리 저학년이라도 학원 한두번 가다 보면 셔틀버스 타고 가는 건 아무런 무리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장 학습이나 박물관 관람은 방학 중에 한두번 정도 있는 것이라 주말을 이용하면 어렵지 않다. 맞벌이를 하고 있더라도 그 정도는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본다.

또 하나 반박하고 싶은 것은 언론에서 영어교육에 대한 잘못된 허상을 너무 부풀려 얘기해 그렇게 이것 저것 모두 해야 영어를 잘할 수 있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심어주는 일이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최근에 TESOL을 공부해 아이들을 가르쳐본 결과 강남 부유층 자녀처럼 돈을 쏟아부어야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2.4학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영어 유치원을 다니지도 않았고 영어 캠프도 다녀오지 않았지만, 그렇게 불안해하지는 않는다. 누구나 하는 것처럼 영어학습지도 해 보았고, 영어학원도 다녀 보았다.

엄마가 시기적절하게 무엇을 하든 꾸준히 시킨다면 충분히 아이의 미래는 밝다고 본다. 실제로 학교에서 영어 경시 대회를 열어 보면 영어 캠프를 갔다 오고, 어학 연수를 갔다 온 아이가 반드시 잘하는 것은 아니다.

괜히 여기저기 다녀온 아이는 학교 생활을 차분히 적응하기가 어렵고, 다른 과목에서 부족함이 드러나게 된다. 아이가 다니는 학원을 결정하기가 무척 힘이 들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결정하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아 붓지는 않는다. 1년에 몇 번 고심하면 되는 문제다.

요즘의 엄마는 상당히 현명해야 한다. 아이가 저학년 때는 공부 습관을 잡아주고, 아이가 고학년이 될수록 바른 길로 갈 수 있게 지침서를 마련해 줘야 한다. 그외의 시간은 자신만을 위해 투자하거나, 아이가 성장한 뒤 할 수 있는 자기만의 일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모색해 봐야 한다.

모든 것에 돈을 쏟아부어야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것이 때로는 얼마나 겉치레적이고 형식적인 일인지 아이를 키우면서 절실히 느낀다. '하나도 벅차다'는 기획 의도는 잘 알고 있지만, 너무 과대 포장해 새 시대를 살아가는 미래의 엄마.아빠에게 미리 겁을 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은정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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