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장관 '벤치마킹' 입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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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부정부패.비리 혐의를 수사 중인 인도네시아 사법당국의 고위인사들이 전직 대통령 처벌경험이 있는 우리 검찰의 수사기법을 배우러 왔다.

하사밀라 M 사드 인권장관과 롬리 아트마사스미타 법무차관보, H S 딜론 합동반(反)부패수사팀 위원 등 3명은 2박3일의 비공식 일정으로 23일 오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들은 24일 서울고검을 방문, 1995년 당시 검찰에서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사를 맡았던 검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전직 대통령 처벌 배경과 비자금 추적 기법▶수사.재판 진행상황▶은닉재산 환수법▶처벌 법규의 적용▶사회.법률적 어려움과 장애요인 등을 브리핑 받는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얼마전 인도네시아측으로부터 '민주화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현재 상황이 한국의 예전과 비슷한데다 전직 대통령 처리문제가 앞으로의 정세에 큰 영향을 끼치는 만큼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방문하고 싶다' 는 의사를 밝혀왔다" 고 말했다.

인도네시아가 장관까지 보내 한국의 수사기법을 '벤치마킹' 하려는 것은 지난해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룬 와히드 대통령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수하르토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기 때문.

'인도네시아 옵서버' 지도 지난 22일 "검찰이 수하르토의 해외재산 도피의혹과 관련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국내 보유재산도 현금은 없어 다음달 기소할 때 첨부되는 물증은 건물과 대지.서류뿐" 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국 검찰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사법당국이 수하르토의 혐의를 규명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며 "사드 장관 등은 법테두리 안에서 과거를 청산할 수 있는 방법을 집중 문의해 왔다" 고 밝혔다.

사드 장관 등은 또 방한 중 서영훈 민주당 대표, 문정인 연세대 교수, 김경원 사회과학원장 등과 비공식 만남을 갖는다.

이때 전직 대통령 처리 뒤 발생하는 정치권의 반발과 이에 대한 대처 요령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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