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매몰 주민 구조 앞장선 파출소장 순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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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산사태로 매몰된 주민 4명을 구하러 가던 파출소장이 무너진 교량 콘크리트에 깔려 숨졌다.

경기도 용인경찰서 이동파출소 함용길(咸龍吉.48.경사)소장의 빈소가 차려진 용인시 양지면 용인장례식장에는 23일 유가족의 오열 속에 조문객 발길이 이어졌다.

咸소장은 지난 22일 오후 10시쯤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주민 金정선(58.여.경기도 용인시 이동면)씨 집이 산사태로 매몰됐다" 는 다른 마을 주민의 112 신고였다.

그는 즉시 金경종(32)경장 등 11명과 함께 순찰차를 몰고 현장으로 향했다. 이들은 곧 金씨의 집이 있는 이동면 어비3리에 도착했다.

그러나 마을 어귀 도로가 집중호우로 물에 잠겨 있어 차에서 내려 9백m쯤 걸어 들어갔다.

이들은 오후 11시30분쯤 金씨 집으로 향하는 15m 길이의 콘크리트 다리에 도착했다. 서둘러 발을 내딛는 순간 다리가 무너져내렸다. 선두에 있던 咸소장과 金경장 등 4명이 콘크리트 더미에 깔렸다. 뒤따라 오던 기동타격 대원 등이 구조작업에 나섰다. 金경장 등 3명은 곧바로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咸소장은 너무 깊숙이 깔려 있었다. 간신히 咸소장을 구해냈지만 후송 중 숨을 거두고 말았다.

다리골절상을 입은 金경장은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부하 직원들을 따뜻이 감싸주시던 분이었는데…" 라며 울먹였다.

咸소장은 1993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 등 모범공무원으로 지금까지 22차례나 수상했다.

부인 나향화(48)씨와 1남1녀. 장례는 25일 오전 용인경찰서장(葬)으로 치러진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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