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학교 내국인 개방 공청회 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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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내국인 학생에 대해 국내 외국인 학교의 입학을 허용하자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새교육공동체위원회가 지난 11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현행 외국인 학교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도록 건의한 데 이어 교육부도 13일 제도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공청회에서는 내국인 학생의 입학 허용 외에도 ▶내국인의 외국인 학교 설립 허용▶외국인 학교 졸업생의 학력 인정 문제가 다뤄질 예정이다.

◇ 입학 허용 필요한가=초.중.고교생의 조기 유학을 가로막아 왔던 장벽이 사실상 사라짐으로써 앞으로 예상되는 국내 학생들의 무분별한 유학과 이에 따른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한 '내수(內需)' 차원에서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현행 외국인 학교(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교, 중.고교 혼합학교)입학 자격은 주한 외국대사관 직원과 상사원 자녀로 제한돼 왔다. 내국인의 경우 외국에서 5년 이상 거주한 뒤 국내에 일시 체류하는 부모의 자녀만 입학이 허용되고 있다.

충북대 교육학과 나민주 교수는 "내국인 학생 입학 불허로 국내 외국인 학교의 교육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현재 외국인 학교는 66개며 이 중 19개교(재학생 4천7백여명)만이 시.도교육청에 의해 각종 학교로 인가받아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외국인 학교 법적 편제 연구위원회가 조사한 45개교의 93.3%가 내국인 입학 허용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한성화교중학교 담도경 교사는 "내국인 학생 입학은 국제 전문인력 양성에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밝혔다.

◇ 문제점=입학을 허용하면 부유층 등 특정 계층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위화감을 조성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영어를 사용하는 외국인 학교(16개교)의 학생당 연평균 수업료는 5백68만원(1천만원 이상 3곳)으로 국내 학교 수업료(중학교 52만8천원.고교 1백만4천4백원)보다 훨씬 많이 든다.

참교육학부모회 김정금 부회장은 "교육 여건이 국내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고 학부모들이 선호하고 있는 외국인 학교를 개방했다가는 가뜩이나 부실한 공교육 체제의 붕괴가 우려된다" 고 말했다.

현재 외국인 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평균 11.8명(초등 10.3명)으로 국내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 수(35.8명)의 3분의1에 불과하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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