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윈도] 캠프 데이비드 22년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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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워싱턴에서 북서쪽으로 1백3㎞ 떨어진 미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 22년 전인 1978년 9월 카터 대통령의 중재로 이 곳에서 평화의 서약을 한 사람은 베긴 이스라엘 총리와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2000년 7월의 중재자는 클린턴 대통령이고 상대는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아라파트 PLO 수반이다.

캠프 데이비드는 42년 루스벨트 대통령 때 만들어졌는데 처음의 이름은 제임스 힐튼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Lost Horizon)' 에 나오는 티베트 낙원을 본뜬 '샹그리라(Sangri-La)' 였다. 데이비드(David)는 53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손자 이름을 따 새로 지은 것이다.

그러니 78년에 벌어진 평화의 드라마로 보면 샹그리라라는 명칭이 더 잘 어울리는 곳이다.

78년 카터는 회담결렬 위기를 여러번 헤쳐나가야 했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이스라엘이 67년 전쟁에서 점령한 시나이반도에 세운 유대인 정착촌 처리였다.

베긴이 정착촌을 포기하지 않자 흥분한 사다트는 짐을 쌌고, 헬리콥터까지 준비시켰다. 카터도 자신에게 진심을 털어놓지 않는 베긴에게 화가 나 "정말로 당신이 원하는 것이 뭐냐" 고 소리쳤다고 한다.

카터는 두 사람의 숙소를 왔다갔다 하면서 여러 중재안을 내놓았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이들을 가까운 게티즈버그 남북전쟁터로 안내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클린턴의 현재 상황이 22년 전 카터와 비교해 훨씬 어렵다고 지적한다. 카터는 당시 임기 1년4개월을 남겨놓은 시점이어서 여유가 있었지만 클린턴은 임기가 6개월밖에 없어 뭔가 이뤄내기 위해 쫓기고 있다.

게다가 베긴과 달리 바라크가 강경파 소수당들의 연정탈퇴 위협으로 국내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회담 결과를 낙관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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