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상된 뼈 붙여주는 '흰 가루' 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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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일진그룹의 미국 현지법인이 손상된 뼈의 재생을 돕는 신물질(제품명 α-BSM)을 개발했다.

이 물질은 암세포를 주입한 실험용 동물에 투여한 결과 암치료 효과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진그룹 계열사인 ㈜일진과 ㈜일진소재가 1991년 1천만달러를 공동투자해 인수한 미국 보스톤 소재 ㈜이텍스(ETEX)는 최근 화학적 결정구조가 뼈와 비슷한 신물질을 만들어 미국.유럽 의료 시장을 상대로 시판에 나섰다.

하얀 가루 형태인 이 신물질은 특정 액체와 반죽해 이를 주사기를 통해 골다공증 환자 등에 주입하면 손상된 뼈와 자연스럽게 결합한다.

성형.두개골 치료용으로 지난해 6월 미국 식품의약안전국(FDA) 승인을 받았고 유럽에서는 뼈와 관련한 포괄적 치료제로 인정받아 유럽규격(CE)을 따냈다.

또 찰스리버.다트마우스 등 미국 임상 실험기관에서 암세포를 보유한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이 신물질을 항암제와 함께 투여한 결과 항암제를 단독으로 쓸 때보다 종양 크기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신물질은 항암제가 암세포에만 영향을 미치도록 유도한 뒤 화학 반응을 통해 스스로 소멸돼, 항암제 투여로 정상세포까지 덩달아 손상되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적 의약업체인 미국 메드트로닉은 지난 3월 이텍스에 지분 투자하고 미국 시장에서 이 신물질의 독점 판매권을 따냈다.

이텍스는 존슨&존슨.아메리칸홈프로덕트(AHP)등 의약업체와도 제휴를 추진 중이다.

◇ 이텍스〓미국 하버드 의대 생체재료연구 소장직을 맡고 있는 재미교포 이도석(李度奭.43)박사가 90년 창업했다가 일진그룹에 경영권을 넘겼다.

李박사는 이 회사의 기술전문경영인(CTO)으로 활동하며 미국 국립암센터 등과 이 신물질의 항암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일진그룹은 이 회사의 자본금 2천만 달러 중 60%의 지분을 갖고 있고, 나머지는 메드트로닉스.李박사 등이 나눠 갖고 있다.

메드트로닉스는 뉴욕 증시에 상장한 세계적인 의료기기 업체로 시가총액은 6백억 달러에 이른다.

고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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