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적십자 회담서 이산가족 해법 탐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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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한은 27일 적십자 회담 첫 만남을 통해 상대방의 이산가족 해법을 탐색했다.

수석대표인 박기륜(朴基崙)대한적십자사 사무총장과 최승철 북한적십자회 중앙위 상임위원은 기조연설에서 모두 반세기가 넘은 이산의 아픔을 풀기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실행 방법은 적지 않은 입장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양측은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8.15에 즈음한 1백명 방문단 교환' 원칙에는 이견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방문단 교환을 위한 절차문제를 둘러싸고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는 것이다.

남북한은 금강산호텔에서 30일까지 열릴 회담에서 이산가족 교환방문에 관한 합의서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방문단 교환날짜와 기간은 물론 ▶지원인원.취재진 등 대표단 규모▶신변안전 보장▶교통편 등의 내용이 담긴다.

1985년 방문 때처럼 서울.평양 동시교환으로 할지, 아니면 지난해 7월 베이징(北京)차관급 당국회담 때 우리측이 제안한 순차(順次)방문으로 할 것인지 합의해야 한다.

상봉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과거처럼 예술단을 포함시킬지도 관심거리다.

합의를 봐야 할 실무절차들은 많지만 우리측 회담관계자들은 합의서 타결을 낙관한다.

무엇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원칙적인 합의를 이룬 때문이다.

북측 최승철 단장이 첫 회의에서 "윗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뜻을 받들자" 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예측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와 비전향 장기수 북송(北送)등의 문제가 어떻게 풀려나갈 지가 더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우리측은 교통.편의시설과 상봉의 정례화를 위해 '판문점 면회소' 카드를 제시했다.

그러나 북한은 '금강산 면회소' 쪽을 생각하는 듯하다. 회담 장소를 갑자기 금강산호텔로 바꾼 것도 이런 배경이란 것.

또 남측은 국군포로도 이산가족 범주에 넣어 2차 상봉 때부터 포함한다는 입장이나, 북측이 호응해올 지는 의문이다. 북송을 원하는 59명의 비전향 장기수도 언제, 몇명을 보낼지 결정해야 한다.

정부당국자는 "북측이 우리측 일부 기자의 장전항 하선을 거부했지만 회담자체가 삐걱거릴 사안은 아니다" 고 말했다.

이산가족문제 해결은 평양 정상회담 합의를 계기로 이미 상당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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