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원정대, 베이스캠프 향해 캐러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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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산악인 엄홍길의 14좌 완등을 위한 K2(8천6백11m)원정대는 27일 오전 5시30분(한국시간.파키스탄시간 오전 1시30분) 카라코람의 관문인 스카르두에 도착했다.

원정대는 지난 25일 대부분의 장비.식량을 키친보이와 함께 스카르두로 보내고 다음날 25인승 버스로 파키스탄~중국을 잇는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22시간이나 달린 끝에 27일 새벽 스카르두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행정처리.식량구입.포터모집을 마친 후 29일 본격적인 캐러밴에 나설 계획이다.

스카르두로 가는 길은 고행의 연속이었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깎아지른 절벽과 풀 한포기 없는 붉은 산으로 이어진 황무지. 길가의 바위는 뜨거운 햇빛에 익어버린 듯 검게 반짝였다. 에어컨을 틀어놓은 차에서 내리면 뜨거운 바람에 숨이 막힐 정도다.

사람이 살 수 없을 것 같은 민둥산이 이어지고 길 아래로 회색빛이 감도는 인더스강이 도도하게 흐른다. 간간이 나타나는 마을과 뙤약볕 속에 양떼를 몰고 가는 촌로의 모습에서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달리며 황량한 산너머로 멀리 우뚝 솟은 낭가파르바트의 모습은 장관이었다.

지난 21일 서울을 출발한 원정대는 기상악화와 항공기 고장으로 예정보다 하루 늦은 22일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 서울에서 부친 화물도 늦게 도착했으나 등반일정의 지연을 막기 위해 캐러밴 일정을 단축, 예정대로 7월 6일 베이스캠프에 도착할 계획이다.

스카르두는 발티스탄의 수도로 수많은 고산이 집중돼 있어 '리틀 티베트' 로 불린다. '이슬라마바드에서 비행기로 1시간, 버스로 하루가 걸리는 거리에 있다. 카라코람 빙하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식량과 장비를 점검하고 보충하는 거점도시로 등반대와 트래커들의 짐을 운반하는 포터를 모집한다.

고지면서 사막과 같은 환경과 기후 때문에 날씨가 좋아도 기류가 불안정할 때가 많아 비행기 운항이 까다롭다.

올 시즌 K2에는 엄홍길 대장의 14좌 원정팀.동국대 원정팀.경남-광주연맹 합동팀.대구산악연맹팀 등 4개의 한국팀이 원정을 떠났다. 현재 K2 베이스캠프(5천1백m)에는 경남-광주연맹 합동팀.대구산악연맹팀이 들어가 루트개척에 나섰으며 엄홍길 K2원정대와 동국대원정대는 7월 6, 7일께 베이스캠프에 도착할 예정이다.

스카르두〓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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