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MS를 떠받치는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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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지난 22일 윈도를 대체할 새로운 개념의 소프트웨어 '닷넷' 의 개발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회장에게 가장 많이 쏟아진 질문은 반독점 소송에 관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의 답변은 "우리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이며, 관심의 99%는 개발에 있다. 그러니 여기에 관한 것을 질문해달라" 는 것이었다.

워싱턴주 레드먼드의 MS 본사에서 만난 직원들의 모습은 게이츠 회장의 이같은 답변이 실제로 엉뚱한 것만은 아니라는 느낌을 갖게 했다.

영어.독어.불어.일어.한국어 등 7개국어 음성을 자동인식해 번역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는 NLP파트의 빌 도란은 "나는 어디까지나 기술자이며, 최고의 파트너와 함께 일하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며 "기술자가 기업 외적인 일에 매달리다 보면 기업.개인 모두에게 발전은 있을 수 없다" 고 말했다.

반독점 소송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은 만큼 직원들의 동요가 크겠지 하는 선입관도 어긋났다. 메인 캠퍼스 옆 벤치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던 4~5명의 대화를 엿들어보니 그들의 대화 주제는 시종 "어떻게 하면 오디오.비디오.이미지 신호를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시키고 다시 이미지로 복원시킬 수 있을 것인가" 라는 것이었다.

자리를 뜨려는 그들에게 "MS 주가가 많이 떨어졌고 재판 결과에 따라선 기업이 쪼개질 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소프트웨어 개발 얘기만 하느냐" 고 물었다. 그러자 케빈 스코필드라는 프로그램 매니저는 "주가가 뭐 그리 중요한가.

가장 뛰어난 환경에서 가장 뛰어난 동료들과 개발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 아닌가" 라고 반문했다.

아시아 지역 담당자인 김화선 이사와 정동순 과장 등 MS내 한국인 직원들은 "MS가 지금 시련을 겪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직율은 업계 평균의 절반인 7%에 불과하다" 며 "직원들의 변하지 않는 개발 정신, 벤처 정신이야말로 MS를 떠받치는 원동력" 이라고 말했다.

소속 기업이 큰 위기를 맞고있어도 흔들림없이 초심에 충실한 MS 직원들의 마음가짐이야말로 국내 벤처 종사자들이 본받아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김현기 국제경제팀 기자

레드먼드(미국 워싱턴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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