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문화 3차 개방] 애니메이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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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27일 발표된 일본대중문화 3차 개방 조치로 일본 대중문화가 본격적으로 밀려올 전망이다.

일본문화를 감상할 기회가 넓어져 좋기도 하지만 일본문화의 침투를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

이번 개방조치는 문화다양성을 강화하고 국내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영화.가요.방송 등 각 장르별로 일본대중문화가 미칠 영향과 대응 전략 등을 살펴본다.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 부분개방(국제영화제 수상작에 한해 허용)은 문화계 전체에 메가톤급 충격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포켓몬' '드래곤볼' 등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일본 작품들이 이미 안방을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TV시리즈보다 완성도가 한 차원 높은 극장판 작품은 초중고생은 물론 성인층까지 팬으로 끌어들일 '괴력' 을 발휘할 소지가 충분히 있다.

1997년 일본에서 1천3백여만 명을 동원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모노노케 히메' 를 비롯,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붉은 돼지' '헤이세이 너구리전쟁 폼포코' '인랑' 같은 대작은 어떤 면에서는 세계 최고라는 디즈니 작품들을 능가한다는 평을 듣는다.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의 김석기회장은 "개방은 예정돼 있었던 만큼 흥행 가능성이 높은 작품은 이미 오래전에 계약이 끝난 상태" 라고 전했다.

특히 작품 자체의 흥행보다 인형.신발.액세서리.팬시 등 각종 부가산업이 훨씬 더 큰 시장을 형성하는 애니메이션의 특성상 국내 문화산업 판도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정부가 지금까지 극장판 개방을 보류해왔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를 감상할 기회를 누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업계에서는 "일본애니메이션을 통해 애니메이션 붐이 일어나 국산 애니메이션 발전의 기폭제로 삼아야 한다" 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세형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은 "좋은 자극은 되겠지만 워낙 양국간 차이가 커서 창작의욕이나 투자마인드 자체가 꺾일지도 모른다" 면서 "정부는 실제로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책 마련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다이너소어' '판타지아2000' (이상 디즈니) '엘도라도' (드림웍스) '타이탄A. E.' (폭스)등 바 야흐로 '애니메이션 미.일 결전' 을 앞둔 시점에 발표된 일본 대중문화개방은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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