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치른 50년 만에 한강 뱃길 뚫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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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가로막혀 있던 한강의 뱃길이 마침내 뚫렸다. 6.25를 치른지 50년 만의 일이다.

25일 문화예술인 등 민간인 50여명이 탄 9척의 뗏목 선단은 여의나루를 출발, 김포대교에서부터 강가의 철조망과 총구로 삼엄하게 막힌 한강 하구를 뚫고 임진강과 합류하는 오두산 통일전망대까지 나아갔다.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평화예술인국제연대 한국지부.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등 34개 단체가 참가하고 서울시.중앙일보 등이 후원한 '6.25 반세기 한강에서 서해로 평화의 배 띄우기' (공동대표 : 박용길.고은.김윤수.도정일) 본행사가 25일 한강 하구 일원에서 펼쳐졌다.

이날 오전 11시 여의나루 임시선착장에 마련된 평화의 뗏목 진수식에서는 무속인 김금화씨와 서해안 풍어제보존회원들이 통일굿 한마당을 펼치며 한강 분단의 한을 풀었다.

"옥황상제님.용왕님.하늘님.단군님.천지신명께 빕니다. 이 뗏목이 순조롭게 떠가 북녘 강가에 도착하길 빕니다. " 큰무당 김금화씨는 "정말 통일이 오기를 마음속 깊이, 각자 믿는 신에게 빌자 "고 제안했다.

기도 덕분이었을까. '이산 가족.지뢰 피해자 등 분단 피해자와 종교계 대표.문화예술인들을 태운 뗏목은 정오에 여의나루를 출발해 순조롭게 나아갔다. 강 위에는 보트가, 강변에는 가족들이 평화롭게 휴일 더위를 쫒고 있었다.

김포대교 수중보 갑문을 어렵사리 빠져나오자 철조망과 총구뿐 17㎞에 이르는 강은 텅 비었다.

"옛날에는 이 뱃길을 따라 바로 위 고향인 황해도 연백을 오갔는데 이제 새들만 오가는군요. " 거동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 뱃길을 한번이라도 다시 가보고 싶어 뗏목을 탔다는 실향민 함시영(77)옹의 눈가가 붉게 물든다.

스프레이로 평화를 기원하는 글과 그림을 돛에 그리고 통일의 노래를 부르며 흘러가던 '평화의 배는 오후 6시 마침내 임진강과 만나는 두물머리에 이르렀다.

바다의 DMZ가 끝난 것이다. 그러나 오매불망하던 북의 물길은 열리지 않았다.

강 저쪽 북한 땅을 바라보며 고은 시인이 호소했다.

"우리 강물에서 배웁시다. 여기서 한강과 임진강 두 강물이 만납니다. 50년간 사람은 여기서 만난 적이 없습니다. 우리도 흘러 만나야만 한다는 것을 배웁시다. 올해 안되면 내년이라도 부디 만납시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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