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핵밀약 문서 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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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1969년 11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당시 일본 총리와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이 교환한 핵 반입에 관한 ‘극비’ 핵 밀약 문서가 발견됐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일본 민주당 정부는 외무성 전 관료 등의 증언 등을 통해 핵 밀약 존재 사실은 확인했으나, 실제 밀약 문서가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특히 사토 전 총리는 퇴임 후인 1974년 “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 3원칙’을 천명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사토 전 총리 유족의 자택에서 발견된 이 문서는 1969년 11월 19일자에 작성된 것으로, 문서 위·아래에 영어로 ‘극비(Top Secret)’라는 글씨가 적혀 있고 두 사람이 서명했다. 문서에는 미국 측이 “일본을 포함한 극동 제국 방위를 위해 중대한 긴급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일본과 사전 협의를 한 뒤 핵무기를 오키나와에 다시 반입하며, 오키나와를 통과할 권리가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이 담겨 있다.

문서에는 또 오키나와로 핵을 반입하는 데 두 정상이 합의했다고 기록돼 있다. 문서는 두 통으로 작성돼 한 통은 일본 총리관저에, 다른 한 통은 미국 백악관이 보관한 것으로 보도됐다.

1960년 미·일 안보조약 개정 때 맺어진 두 나라 간 핵 밀약은 일본 국내로 핵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을 반입할 때 사전협의를 하도록 규정하면서 핵무기를 탑재한 미 함정의 기항과 항공기 영공 통과 등의 경우에는 사전협의를 하지 않아도 되도록 한 내용이다. 그간 자민당 정권은 밀약의 존재를 부인해왔다. 외무성의 핵 밀약 조사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은 “밀약 조사를 위해 구성된 특별위원회에서 이 문서도 함께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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