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문제 덜 풀려" 세차례 반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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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3일 오후 서울에 온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장관과 회담(45분),이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면담(1시간35분)을 통해 한미간 대북정책 공조를 확인했다.

올브라이트 장관의 ‘평양정상회담’평가가 주목받았다.그는 金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은 너무 ‘익사이팅한’(흥분할만한) 일이어서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깜짝 놀랐다.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점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6·15 공동선언1항의 ‘자주(自主)’문제에 대해 李장관은 “외세배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한미공조는 남북관계 해결노력과 상치되는 개념이 아니고 상호보완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올브라이트장관은 평양정상회담에서 드러난 북한의 핵·미사일,주한미군에 대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입장을 金대통령에게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브라이트장관은 기자회견(오후7시10분)에서“북한과의 관계 전망은 좋지만 모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고 세차례나 반복하며 북한 핵·미사일문제에 대해선 물음표를 남겨 두었다.정상회담의 성과는 평가하지만 북한의 자세를 계속 주시하겠다는 메시지다.

그러면서 최근의 대북 경제제재 완화조치,WFP(세계식량기구)식량지원 언급과 함께 “필요할 때는 계속 지원할 것”이라며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다음은 정부종합청사에서 가진 올브라이트장관의 기자회견

올브라이트 장관은 회견 서두에 북한을 공식 국호(國號)인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로 호칭했다.

-남북관계 개선시 주한미군의 지위변경은 불가피 한 것 아닌가.

“주한미군은 한반도 전쟁억제와 지역안정에 중요하다.일본을 포함해 동북아 에서 안정은 중요하다.다른 이유가 등장하지 않는 한 철군·감군이나 감축은 시기상조다.”

(동석한 李장관은 “동북아 안정자로서 주한미군의 역할이 필요하고 주한미군문제는 한·미양국이 논의할 문제라는데 변화없다”고 강조했다)

-미국-북한 관계개선에 진전 전망은.

“남북관계 진전을 조심스레 관측하고 있다.한국일본과 동맹관계를 유지하고 있고,북한 문제에 있어 우리가 할 일을 다할 것이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무 이행이나 미사일·핵문제가 우리의 주요 관심사다.세계식량계획(WFP)를 통한 대북 식량지원도 필요시 계속할 것이다.최근 대북제재완화로 미국실업가들의 거래와 투자의 문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한미행정협정(SOFA)개정 의향은.

“金대통령·李장관과 논의했다.스티븐 보스워스 주한미대사가 계속 추진할 것이다.복잡한 문제라 서로 공조와 협력이 있어야 하다고 본다.지금껏 두나라 관계를 통해 한국 국민과 미군은 다 혜택을 입었다.”

-金대통령과 면담때 북한과의 관계 문제가 언급됐나.내달 방콕서 열릴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북한 백남순(白南淳)외무상과 만날 준비가 돼 있는가.

“金대통령은 북한과의 접촉이 중요하다는 점을 얘기했다.ARF에서 북한 외무상이 오는 것으로 얘기되는데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내가 그곳에서 많은 사람과 만나는 만큼,기대해 달라.”

-평양 정상회담이 화해·협력의 분기점이 됐지만 미국은 계속 국가미사일 방어체제(NMD)를 추진중이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유예선언을 했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물론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인정한다.NMD는 클린턴 대통령이 세계 모든 지역의 위협상황과 기술적 문제·비용·군비경쟁에 미칠 영향등 4가지 요인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다.”

최훈·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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