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노동당 규약 먼저 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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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지난 14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의 평양 정상회담 도중 "우리(북한)가 먼저 7차 노동당대회를 열어 노동당 규약을 바꾸겠다" 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원 영빈관 회담에서 金위원장은 우리측의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했으며, 이에 金대통령이 "보안법 폐지는 우리만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북한도 노동당 규약 전문을 바꿔야 한다" 고 지적하자 이렇게 약속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정상회담을 수행한 고위관계자가 19일 확인했다.

북한 노동당 규약 전문엔 '당면 목적은 민족해방과 인민민주주의 혁명과업을 완수하는데 있으며 최종 목적은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와 공산주의 사회 건설에 있다' 고 명시돼 있다.

노동당대회는 1980년 6차대회 이후 20년간 열리지 않았다.

주한미군 문제와 관련, 金대통령이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유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고 설득했으며 金위원장도 "주한미군이 있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고 평가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金위원장은 휴전선 비상사태 때 주한미군의 조정자 역할을 실감나게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수행원은 "94년 제네바 협상 때 강석주(姜錫柱)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주한미군은 남한의 북침(北侵)도 방지하는 안보보장자 역할을 할 수 있다' 고 말한 적이 있다" 며 "金위원장의 발언도 그런 맥락" 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남북 공동선언에 명시한 '통일문제 자주적 해결' (제1항)이란 표현을 놓고 일부에서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주장을 펼 때 쓰는 상투적 수법이라며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잘못" 이라며 "공동선언은 북한측이 주한미군의 존재를 인정한 바탕 위에서 이뤄진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 결과를 보고하면서 "金대통령과 金위원장은 주한미군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 이해를 넓혔다" 고 말했다.

이정민.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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