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에게 통한 DJ의 대화비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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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어떻게 설득했을까. 역사적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한 뒤 'DJ식 협상 노하우' 가 관심을 끌고 있다.

" '노(NO)' 라고 말하지 않는 대화방식이 회담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고 한 배석자는 전했다. 우선 연합제와 연방제에 공통부분이 있다는 합의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그랬다고 한다.

金위원장은 고려연방제를 강조하며 "하나의 나라가 돼야 한다" 고 말했다.

金대통령의 '남북연합' 방식에 대해 "통일을 하지 말자는 것" 이라고 반대했다. 이에 金대통령은 "틀렸다" 고 반박하거나 논쟁하지 않았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당신 말이 옳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중앙정부가 외교.국방 기능을 갖는다면 남북 어느 쪽이 수긍하겠느냐" 고 설득했다.

金위원장의 3년상을 들어 "지극한 효성에 감동했다" 고 치켜세우는 등 상대를 배려해 대화를 이끌어나간 것도 정상간 신뢰감을 구축하는 데 한 몫 했다. 金대통령은 또 말수를 줄이고 상대 얘기를 충분히 경청하는 방식을 택했다.

14일 오전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확대회담장. 김영남 위원장은 "손님이 (기조연설을)먼저 하시라" 고 권했지만 金대통령은 "먼저 하시라" 며 극구 사양했다.

13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첫 단독대좌를 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이 金대통령의 말허리를 잘라먹을 때도 있었다. 金대통령은 기분 나빠 하지 않고 그의 발언을 끝까지 들었다.

서로 이익을 보는 '상승(相勝.win-win)' 방식을 택한 것도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다.

"서로 이익을 볼 수 있어야 합의가 가능하다는 것이 金대통령의 생각" 이란 것이다.

그래서 우리측은 사전에 통일방식이나 자주의 개념 등에서 서로 양해할 수 있는 합의점을 준비했다고 한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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