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쇼크 그 이후] 겉핥기식 북한 바로알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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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각 분야에서 유행처럼 퍼지고 있는 '북한 바로알기' 가 겉핥기식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각 업체들은 인터넷 상에서 관련 행사나 정보 제공 등을 하고 있으나 단편적 상식을 소개하거나 퀴즈잔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한 업체는 금강산 여행권'과 북한 술' 등의 경품을 내건 대대적인 북한 알기 행사를 벌였다.

하지만 행사 내용이 '김정일의 공식 직함이 무엇인가' '북한의 국화는 무엇인가' 등을 묻는데 그쳤다.

최근 우후준순처럼 생기고 있는 북한 관련 인터넷 사이트 역시 대부분 북한의 요리.노래 등을 소개하는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처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사이트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지난 16~18일 민예총 인천지부가 주최한 제5회 황해예술제에선 '불가사리' 등 북한영화 6편이 상영됐다.

이 영화들은 모두 북한 체제에 대한 색채가 거의 없는 것들로, 실제 북한의 모습을 알기에 역부족이었다.

남북 정상회담의 시작과 함께 일부 대학가에는 대자보가 나붙었다.

하지만 대자보의 대부분은 북한이 아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소개에 할애돼 있다.

서울대 학생회관 등에 나붙은 대자보의 주요 내용은 金위원장을 '카리스마, 영어 능숙, 인터넷을 활용하는 2세대 지도자' 로 표현하고 있었다.

대학생 김동윤(26)씨는 "현 시점에서 북한 바로알기가 필요하지만 최근 학교 주변의 대자보에는 주로 金위원장에 대한 칭찬조의 얘기 뿐" 이라'며 "정확하고 객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서울대 이온죽(李溫竹)교수는 "북한에 대한 자료수집이 쉽지 않아 이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며 "북한을 방문했던 기업인.학자 등 직접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북한 알리기에 나서야 할 때" 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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