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special edition]런던의 겨울 명소 ‘서머셋 하우스 아이스 링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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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는 ‘나누는 즐거움, 함께 하는 기쁨’도 기분 좋은 선물이 된다. 영국 런던에 마련된 ‘서머셋 하우스 아이스 링크(사진)’는 이 가치를 설명해주는 좋은 케이스다.

‘서머셋 하우스’는 16세기 영국 튜더 왕조가 사용했던 왕궁이다. 18세기 후반 화재로 소실되고 19세기 중건된 후부터는 영국 정부 해군성 사무실로 쓰인 런던의 대표적인 역사 유적이다. 이 서머셋 하우스 중앙 정원에 마련된 스케이트장은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올해 개장 10주년을 맞았다.

서울시청 앞 광장의 스케이트장과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이는데 굳이 ‘함께 나누는’ 성탄 선물로 ‘서머셋 하우스 아이스 링크’를 이야기하는 건 장애인 전용 스케이트장인 ‘휠체어 세션’ 때문이다. 6일과 17일 이틀 동안 서머셋 하우스가 마련한 ‘휠체어 세션’에선 장애인들이 은반 위의 주인공이었다. 평소 스케이트장에선 구경꾼 입장이었던 장애인들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입장권을 구입하는 인터넷 사이트부터 장애인이 주체였다. 일반적인 웹 사이트에선 ‘장애인 고객을 동반하시려면’이란 문구를 사용한다. 하지만 서머셋 하우스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 스스로 입장권을 구입할 경우’를 기본으로 사이트 메뉴를 구성했다. “(장애인 고객이 혼자 온다면) 무료 도우미가 스케이팅을 도와 드립니다”라든가 “휠체어를 밀어줄 친구와 함께 온다면 그 친구는 무료 입장”이라는 안내 문구가 그 예다. 스케이트장에 있는 음식점과 기념품점, 화장실은 모두 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도록 턱을 없앴다.

‘서머셋 하우스 아이스 링크’는 2007년과 2008년 각각 60만 명이 찾은 런던의 명소다. 영국의 일간신문 가디언은 “스케이트를 탈 수 없다면 그냥 들르는 것만으로도 언제나 좋은 곳”으로 소개했다. 런던의 이모저모를 소개하는 ‘타임 아웃 매거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케이트장”이라고 부를 정도로 인기 있는 장소다.

장애인과 함께 즐기는 스케이트장은 서머셋 하우스와 미국의 명품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가 공동으로 기획했다. 티파니 유럽 총괄사장인 멜빈 커틀리는 “런던 시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특별한 크리스마스 추억을 만드는 곳”이라며 “장애인과 함께 어우러진다면 사랑과 행복을 나누는 완벽한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티파니는 ‘휠체어 세션’ 뿐 아니라 런던의 유명 DJ를 초빙해 ‘DJ 나이트’도 꾸몄다. 어린이 동반 가족을 위한 ‘티파니에서 아침을’ 프로그램, 어린이 스케이터를 위한 ‘펭귄 클럽’ 등도 개설했다. 스케이트장이 남녀노소가 자유롭게 즐기는 클럽으로 변했다가 한가롭게 브런치를 즐기는 카페로도 이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컨셉트의 공간을 연출한 것이다. 커틀리 사장은 이 모든 기획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밤이 되면 스케이트장은 ‘티파니 블루’ 조명으로 빛납니다. 티파니를 연상시키는 푸른빛으로 은반이 물들면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멋진 이미지가 연출되죠. 사람들은 서머셋 하우스란 문화유적의 낭만과 티파니의 즐거운 상상력, 장애인을 포함한 누구라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며 함께 나누는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생각하게 될 겁니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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