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 교통문화' 불명예 벗자] 下. 어떻게 할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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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시민의 동참이 적어 효과가 없네요. "

부산을 대중교통 이용하기 편하고, 운전하기 쉽고, 걸어다니기 좋은 도시로 만들기 위한 운동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운동을 주도하는 기관.단체는 이구동성으로 "시민들의 관심이 적다" 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캠페인이든 시책개선이든 현실에 맞아야 따라할 것 아니냐" 며 불만을 토로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현실을 도외시한 채 구호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부터 선진교통문화 조성 3개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아시안게임이 열리는 2002년 10월까지 부산의 교통문화를 선진국 수준까지 끌어 올리자는 사업이다.

우선 시민단체.교통전문가.운수조합 등과 합동으로 '선진교통문화 기획단' 을 구성해 시민에게 ▶10부제 참여하기▶무단횡단 안 하기▶주차질서 지키기 등을 중점 홍보하고 있다.

또 운전자에게는 ▶신호 지키기▶과속.난폭운전 안 하기▶차로 지키기 등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짜증 나는 도심 교통문제의 두 '주범' 이라고 할 수 있는 시민.운전자가 모두 의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도다.

부산시는 이 운동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부산의 도심 평균 주행속도가 1998년 시속 24㎞에서 올해 26㎞로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는 또 ▶교통사고 사망자는 1만 대당 5.1명에서 2.5명 ▶신호위반 차량(1백 대당)은 5.85대에서 2대 ▶버스전용차로 위반차량은 하루 4백1대에서 2백대로 각각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지하철 교통문화 개선운동도 시동이 걸렸다. 부산교통공단은 지난 1월 이용자가 가장 붐비는 서면역 매표소에 줄서기대를 설치했다.

공단 정기철(鄭基哲)운수과장은 "매표소 줄서기가 잘 되면 승강장 질서도 잡힐 것으로 보고 줄서기대를 시범 설치했다" 며 "매표소 질서는 조금 잡혀가는 것 같다" 고 평가했다.

부산 교통문화 선진화를 위한 시민운동은 부산YMCA와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가 앞장서고 있다.

부산YMCA는 지난해부터 '바람직한 교통문화 창출' 운동을 시작해 교통불편 사항 설문조사를 하는 한편, 시민감시단도 운영하고 있다. 시민감시단은 운전자를 상대로 교통개선 사항을 수집하고 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는 지난해 7월 '부산교통문화지수' 를 처음 발표한 데 이어 다음달 올해의 지수를 발표할 계획이다.

참여자치시민연대 박재율(朴在律)사무처장은 "부산의 교통현실에서는 도로율을 높이거나 단속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며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어진 여건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우선 강구돼야 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부산시민의 선진 교통문화 운동을 이끌어갈 교통전문 시민단체가 없어 아쉽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부산시 정책개발실 李원규 연구원은 "사회 문제를 거의 모두 다루는 기존 시민단체로는 교통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며 "국제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부산의 교통 인프라와 시민의식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범시민 운동의 구심점이 필요할 때" 라고 강조했다.

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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