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 인수 다툼전' 프렝탕 승리로 끝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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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프랑스의 대표적인 유통 라이벌 LVMH(회장 베르나르 아르노)와 PPR(회장 프랑수아 피노)이 1년여 동안 전개해온 '구치 전쟁' 이 마침내 막을 내릴 전망이다.

루이뷔통 상표로 유명한 LVMH와 프렝탕 백화점을 거느린 PPR은 그동안 이탈리아의 호화 고급품 메이커 구치의 경영권 인수 문제로 전방위 싸움을 벌여왔다.

그러나 지난달말 프랑스 정보통신업체 비방디의 장마리 메시에 회장의 중재로 극적인 종전의 계기가 마련됐다.

양측의 분쟁은 LVMH가 구치를 포기하는 것으로 정리될 전망이다. 구치가 이미 PPR의 주력 기업이 된 데다 LVMH가 과도한 인수.합병으로 인해 심각한 자금 압박을 받고있기 때문이다.

패션.향수.보석 등 호화제품은 물론 유통.경매.인터넷 사업에 이르기까지 유사한 업종에서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두 그룹의 분쟁은 1991년 1월 LVMH가 구치 일가의 내분을 틈타 구치 주식의 34.4%를 사들이면서부터 시작됐다.

위기를 느낀 도메니코 드솔 구치 회장은 적대적 인수를 막기 위해 '백기사' 를 찾아나섰고 결국 그해 3월 PPR이 구치 주식의 42%를 사들였다. PPR은 2백60억프랑(약 4조1천억원)의 증자를 통해 LVMH의 지분을 20.6%로 끌어내렸다.

진노한 LVMH의 아르노 회장은 구치가 법인등록돼 있는 네덜란드에 구치의 경영책임을 묻는 4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언론과 증시에도 PPR에 불리한 정보를 흘리는등 무차별 공격을 전개했다.

양 그룹간 인수.합병 경쟁도 불이 붙어 그동안 PPR은 이브 생 로랑을 인수했고, LVMH는 모피업체인 루마니아의 펜디와 이탈리아의 프라다, 시계 제조업체 태그 호이어 등을 사들였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까지 중재에 나섰지만 감정의 골은 쉽사리 메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분쟁이 타결된다고 해서 양 그룹의 전쟁이 완전히 끝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프랑스 산업계에서는 영국 기업들의 적대적 인수 시도에 함께 맞서줄 파트너를 구하고 있는 고가 패션업체 샤넬이 두 그룹의 다음 전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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