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홍보만 한 의약분업 모의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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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평가단인지, 안내요원인지…. "

7, 8일 서울 국립의료원과 인근 약국에서 정부가 실시한 의약분업 모의테스트를 참관한 국립의료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시민단체 관계자로 구성된 의약분업 평가단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평가단이 환자의 이동경로를 따라가 문제점을 찾아내 보완하려 노력하기보다 환자가 처방전을 들고 진료실을 나서면 3명의 평가단이 따라붙어 수납→조제실→약국→병원으로 환자를 안내하는 모습을 빗댄 것이다.

평가단은 7일 모의테스트에 응한 26명의 환자 중 20명은 의료원 바로 옆 J약국으로 안내했다.

걸어서 5분 거리의 B약국에는 오전 중 한명도 데려가지 않았다. 오후에 6명을 안내했다. 점심시간 환자에게는 지정식당에서 식사까지 제공했다.

평가단은 절차를 마친 환자에게 "어떤 약을 먹는지 모르다가 알게 돼 좋지요" "병원에서 약 받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줄었죠" 등등의 질문을 던졌다.

일일이 안내받고 한달치 약값도 공짜인데 누가 "아니오" 라고 대답하겠는가.

의약분업은 국민의 불편을 전제로 한 것이다. 그렇지만 약의 오.남용을 줄이는 등 장점이 많아 시행하기로 국민적 합의를 본 것이다.

따라서 국민에게 편치 않다는 것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인식시키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시범사업을 통해 국민이 불편을 체험토록 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정부는 준비부족을 이유로 외면해 왔다. 뒤늦게 모의테스트라는 '편법' 을 동원했으면 제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모의테스트는 처방전 발행과 조제에 관한 사항만 점검하는 게 목적" 이라고 해명했다.

복지부는 '모의테스트를 해보니 별 문제가 없었다' 고 자기만족할 수 있을지 모른다.

정부는 좋은 점만 늘어놓는 장밋빛 홍보정책이 국민에게 환상을 심어주는 것이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7월 의약분업이 시작돼 "불편한 데다 돈이 더 드는 데 왜 하느냐" 는 불만이 팽배, 환상이 깨지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9, 10일 경기도 안산.군포, 충북 옥천에서 실시될 2차 모의테스트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본다.

신성식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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