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폐막] 진행방식 곳곳 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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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제3회 광주 비엔날레가 71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7일 막을 내렸다.

46개국 2백47명 작가가 3백94점을 선보인 이 행사엔 모두 60여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가 아시아 최대의 국제미술 축제임을 확인해주었다.

비엔날레는 한국.오세아니아관 등 5개 권역의 본전시와 '예술과 인권' 등 5개의 특별전, 그리고 영상전으로 다채롭게 꾸며졌다.

'아시아성' 을 화두로 한 이번 행사는 이 지역 작가가 대거 초청됐다는 점이 특징. 아시아권은 본전시 참여작가의 40%를 차지했으며 조직위가 선정하는 대상은 물론 특별상까지 휩쓸었다.

참가작품의 수준도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오광수 총감독은 "아시아적 정체성 확인을 통해 광주 비엔날레를 다른 국제 비엔날레와 차별화할 수 있었다" 면서 "진행상 다소 미끄럽지 못한 점도 있었지만 국제 미술제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다진 성공작" 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많았다. 1백억원이 넘는 예산, 1997년 이래 3년간의 준비기간을 들였음에도 그에 걸맞는 세심한 기획과 진행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총감독 교체, 본전시 한국작가 사퇴 파문 탓인지 허점이 적지 않았다.

아사히 신문은 "조용하고 두드러진 특징이 없는 행사" 라면서 "준비부족일 수도 있고 인간이라는 주제가 너무 추상적이어서 인지도 모른다" 고 평가했다.

분명한 기준 없이 본 전시를 5개 권역으로 분류한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광주비엔날레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프랑스의 르 몽드지마저 "유럽과 아프리카를 하나로 묶은 것은 너무나 엉뚱하다" "한국이 아시아가 아니라 오세아니아 권역으로 묶인 이유를 모르겠다" 고 지적했을 정도다.

권역별 본전시와 관계없는 특별전이 여기저기 끼어있는 것도 주제의식을 혼란스럽게 했다는 평이다.

가장 큰 문제는 관람객에 대한 무신경. 전시장 입구의 설명판은 안내대의 안내원 뒷벽에 붙어있어 읽기조차 쉽지 않았다.

도우미들은 작품내용을 몰라 관람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 폭이 10m도 넘는 작품을 1m 앞에서 곁눈질로 보고 지나가도록 만들어놓은 미로식 전시공간도 문제였다.

프레스 센터 운영과 안내, 지원 등은 수준 이하였다.

작가.큐레이터.기자 들이 미리 스케줄을 통보받지 못해 행사가 임박해서야 일정을 조정하는 난센스가 벌어졌다.

기자상을 선정하는 자리에 기자 1백여명 중 17명밖에 참석하지 못했던 것이 그 예다.

오광수 총감독은 "외신기자회견을 위해 지원받은 통역자가 현장에서 '이런 자리인 줄 몰랐다' 며 꽁무니를 빼는 사태까지 있었다" 고 토로했다.

이런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아시아권의 대표적인 비엔날레로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만큼 더 나은 미술축제가 되기 위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오세아니아전의 김홍희 커미셔너는 "비엔날레를 추진하는 실무적 운영주체를 따로 정해 업무의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고 지적하고 "부대행사와 특별전 규모를 줄이고 본전시 작품 제작비를 대폭 지원해 신작 위주의 행사를 만들어야 한다" 고 제안했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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