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현안 풀기] 4. 남북교류 확대방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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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남북관계가 경색된 시기에도 북한이 우리가 주최하는 과학기술 관련 국제회의에는 늘 참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스스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분야에선 남북교류에 적극적인 만큼 이를 감안해 교류 활성화에 나설 것을 주문한다.

중앙일보가 위촉한 정상회담 보도 자문.기획위원들에게 남북 교류 활성화의 지혜를 들어봤다.

◇ 북측 관심사 고려〓전문가들은 북한이 관심을 보이는 분야부터 교류를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이우영(李宇榮)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최근 인터넷 등 정보화에 관심이 많은 점을 감안해 과학기술 분야의 교류를 적극 추진하는 게 효과적" 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중국의 실리콘밸리' 라는 중관춘(中關村)의 컴퓨터 회사를 방문한 것에서 많은 시사를 받을 수 있다.

'외화벌이' 가 가능한 민간 차원의 교류도 북한이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윤대규(尹大奎)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북한이 경제적 실익을 얻기 위해 민간 교류에 적극적인데 앞으로 접촉 기회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관광.예술.스포츠의 교류 필요성을 강조한다.

尹부소장은 "스포츠 교류는 정치성이 작고 동족애를 느낄 수 있어 적극 추진해야 할 분야" 라고 말했다.

서주석(徐柱錫)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팀장은 "묘향산.칠보산이나 금강-설악 연계지구 등 관광코스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고 지적했다.

◇ 민족동질성 회복에 초점〓전문가들은 분단의 세월로 깊게 파인 이질화의 골을 메우고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 문화 교류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尹부소장은 "북한을 이해하기 위해 북한 영화나 가요 등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야 한다" 고 말했다.

문화 교류는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우영 연구위원은 "문화는 다양한 줄기를 가지고 있으므로 북한과 교류할 수 있는 분야가 상대적으로 많다" 고 말했다.

문화 교류에서는 상호주의를 고집하지 말라는 주문도 있었다.

李위원은 "문화 교류에서 교차 방문 같은 상호주의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며 "교류 폭을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 고 지적했다.

고대사.언어 공동 연구를 비롯한 학술 교류도 민족 동질성 회복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관련 단체들이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인도적 문제 중시〓남북관계가 질적으로 발전하려면 인적 교류가 불가피하며 특히 이산가족 상봉은 건너뛸 수 없는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다만 북한이 이산가족 문제를 체제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치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장기수 교환이나 금전적 보상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단계적 접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허문영(許文寧)통일연구원 통일정책실장은 "노부모 고향방문 시범행사→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적십자회담→우편물 교환소 및 면회소 설치→이산가족 방문.왕래의 제도화 등을 단계별로 진행하라" 고 주문했다.

윤대규 부소장은 "정부가 방북절차를 더 간소화하고 제3국 상봉에 필요한 경비 지원 및 해당 국가에 대한 외교적 노력도 필요하다" 고 말했다.

그밖에 이산가족 문제는 공개적 해결방식보다 이면 합의를 통해 실질적으로 일이 되도록 하는 편이 낫다는 견해도 있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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