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선수 둘 시드니올림픽 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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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해 독립한 동티모르의 운동선수들이 9월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눈물겨운 훈련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표로 확정된 선수는 단 두명. 최근 급조된 이 나라의 올림픽위원회는 다섯명 가량의 선수를 선발할 계획이지만 인구 85만명의 소국에서 국제경기 출전경험이 있는 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또 시드니행 항공료를 국가에서 제공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가 최근 '시드니로 가는 자갈밭' 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한 이 두 선수는 나라를 대표해 처녀출전한다는 설렘에 가득차 있다.

그 중 한명은 1997년 동남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딴 권투선수 빅토르 라모스(30).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출신인 그는 지난해 고향인 딜리로 돌아와 전란 중에 지붕마저 부서진 연습장에서 혼자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라모스는 밤에 유엔평화유지군 건물의 경비를 서며 한달에 1백40여달러를 받아 부인과 두 자녀를 부양하고 있다.

훈련장비는 고사하고 새 글러브 하나도 준비하기 힘든 형편. 라모스는 그러나 "이제 다?나라 선수들에게 인도네시아인이 아닌 동티모르인이라고 밝힐 필요가 없어진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고 말했다.

또 한명의 선수는 기다 아마랄(25).장거리 육상선수인 그녀는 지난해 10월 내전 중에 운동도구를 모두 잃어버렸다.

남아 있는 것은 흰색과 분홍색 육상화 한짝씩. 그나마 짝이 맞지 않아 맨발로 훈련을 하고 있다.

이들은 뒤늦게 참가신청을 해 올림픽 입장 때도 국기 대신 오륜기를 사용해야 하고 국가 유니폼도 입을 수 없지만 나라 이름을 세계에 알린다는 마음에 흥분돼 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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