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내 사랑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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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 빛 황토재 바라 종일 그대 기다리다

타는 내 얼굴 여울 아래 가라앉는

가야금 저무는 가락, 그도 떨고 있고나

몸으로, 사내 장부가 몸으로 우는 밤은

부연 들기름 불이 지지지 지지지 앓고

달빛도 사립을 빠진 시름 갈래 만 갈래

여울 바닥에는 잠 안자는 조약돌을

날새면 하나 건져 햇볕에 비춰 주리라

가다간 볼에도 대어 눈물 적셔 주리라

-박재삼(1933~97) '내 사랑은'

강물 부풀어지게 산등성이 터지게 쩡쩡 스무살 적부터 시로 산천을 들고 놓고 하던 박재삼! 그가 간지 3년이 되는 날이다.

남긴 시들 그 어느 한편도 옥류동 물빛 아닌 것이 있으랴만 그리 많지 않은 시조 가운데서도 이 '내 사랑은' 은 우리네 소리가락으로는 으뜸이다.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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