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빛 황토재 바라 종일 그대 기다리다
타는 내 얼굴 여울 아래 가라앉는
가야금 저무는 가락, 그도 떨고 있고나
몸으로, 사내 장부가 몸으로 우는 밤은
부연 들기름 불이 지지지 지지지 앓고
달빛도 사립을 빠진 시름 갈래 만 갈래
여울 바닥에는 잠 안자는 조약돌을
날새면 하나 건져 햇볕에 비춰 주리라
가다간 볼에도 대어 눈물 적셔 주리라
-박재삼(1933~97) '내 사랑은'
강물 부풀어지게 산등성이 터지게 쩡쩡 스무살 적부터 시로 산천을 들고 놓고 하던 박재삼! 그가 간지 3년이 되는 날이다.
남긴 시들 그 어느 한편도 옥류동 물빛 아닌 것이 있으랴만 그리 많지 않은 시조 가운데서도 이 '내 사랑은' 은 우리네 소리가락으로는 으뜸이다.
이근배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