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타나모 수감자 옮길 교도소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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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쿠바 관타나모 미군 기지에 수감된 테러용의자들을 이송할 장소로 일리노이주 톰슨교도소를 선정하고 이의 매입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AP통신은 15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결정으로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위한 중요한 단계를 마쳤다”고 평가했다.

패트릭 퀸 일리노이 주지사는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서명한 이 같은 내용의 연방정부 요청서를 이날 공개했다.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연방정부는 시카고에서 240㎞ 정도 떨어진 톰슨교도소를 구입한 뒤 군사법원을 짓는 등 별도 시설을 확충할 예정이다. 또 미 국방부는 1000~1500명의 직원을 추가로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관타나모에 수감된 210여 명의 테러용의자 중 유럽연합이 수용 의사를 밝힌 60여 명을 제외한 100여 명이 톰슨교도소로 이송될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NYT)는 전했다. 수감자 이송이 최종 확정되기 위해서는 미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오바마는 올 1월 20일 취임한 뒤 이틀 만에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강력한 의지를 보여 왔다. 테러용의자 수사에 잔인한 고문 수법이 사용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관타나모 수용소는 미국이 자랑하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손상시킨 상징이 됐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수감자들이 변호사를 선임하고, 군사재판이 아닌 정식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 하지만 미국 내 반대파는 “테러범이 미국 시민과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없다”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톰슨교도소의 매입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리노이주는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롤랜드 버리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현재 일리노이주 실업률이 11%에 달한다”며 “수감자가 이송된다면 3000여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이라며 환영했다. 반면 마크 커크 일리노이주 하원의원 등 이전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시카고를 비롯한 일리노이주가 이슬람 급진세력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민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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