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대 신유진 교수, 가상세계에 도시 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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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광운대 건축공학과 신유진(辛裕進.43)교수. 그는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에 도시를 건설하는 건축가다.

3차원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인터넷 사이트에 3차원 가상도시 '다다월드' (http://www.dadaworld.com)를 만드는 것이 그의 일이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이 도시는 현실 세계의 개념으로는 4백만평 규모에 이르며 약 5백채의 현대식 건물들로 꾸며진 메인 거리와 비즈니스 타운.쇼핑몰.놀이공간 등 9개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현재 경찰청.한양대 의료원.미 워싱턴주정부 한국사무소.중소기업홍보관.삼성증권 사이버지점.외환신용카드 등을 포함해 약 1백50개 기관.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입점 비용은 평당 10만~20만원. 삼성증권의 경우 2천5백만원의 비용을 내고 다다월드에 문을 열었다.

사이버세계의 건물을 짓는 것도 쉽지는 않다. 실제 건축사들이 설계를 하며 건물 하나를 짓는데 평균 2주일 걸린다.

이 때문에 건축학과 출신 직원 16명을 포함, 건축 관련 학과 졸업생이 전체 직원 40명 중 23명에 이른다.

29일 현재 다다월드의 시민(회원) 수는 1만8천8백명. 올해 안에 홍보를 통해 50만명까지 늘인다는 계획이다.

다다월드에 들어간 네티즌들은 각자 원하는 모양의 '아바타' (사이버 캐릭터)로 나타나 3차원 가상 공간을 돌아다닌다.

辛교수는 "다다월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현실 세계에서 하고 있는 상당부분의 일을 사이버 세계에서 가능하게 하는 것" 이라며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다" 고 말했다.

辛교수를 3차원 가상세계로 끌어들인 것은 1994년 국내에 소개된 미국 닐 스테픈슨의 '스노우크래쉬' 라는 SF소설. 현실 세계는 차츰 줄어들고 가상세계가 대부분인 미래사회에서 살고 있는 주인공이 현실에서는 가난하지만 가상세계에서는 상당한 지위를 누리며 생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당시 '내가 은퇴한 뒤에야 이런 세상이 올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던 辛교수는 98년 미 MIT 대학 네그로폰테 교수의 저서 '디지털이다' (Being Digital)를 읽고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히 가상세계를 만들 수 있음을 알게 됐다.

辛교수는 결국 미국에서 개발된 3차원 인터넷 소프트웨어와 자신의 건축 지식을 응용해 지난해 8월 다다월드를 만들게 됐다.

02-3672-3500.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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