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무대에 오른 것은 예정보다 무려 2시간 30분이 늦어진 오후 9시 30분. 문제는 ‘건스 앤 로지스’의 리더 액슬 로즈였다. 그는 대기실 문을 걸어 잠그고 진행팀의 통사정에도 묵묵부답이었다고 한다. 참다 못한 관객 50여명이 환불을 받아 돌아갔다. 로즈는 공연 시작 후에도 한동안 힘겨워했다. ‘차이니즈 데모크라시(Chinese Democracy)’ ‘웰컴 투 더 정글(Welcome To The Jungle)’을 잇따라 부르면서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물론 사과도 없었다.
대단한 것은 관객이었다. 긴 기다림을 보상받으려는 듯 열광적으로 즐겼다. ‘노킹 온 더 해븐스 도어(Knocking On The Heavens Door)’ ‘노벰버 레인(November Rain)’이 흘러나올 때 야광봉을 흔들며 ‘떼창’으로 화답했다. 무려 다섯 시간을 서 있어야 했던 스탠딩석의 관객들은 뒷자리에 주저앉는 등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공연은 12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대중교통이 끊어진 시간, 관객들은 ‘귀가 전쟁’을 치러야 했다. “그가 악동인 줄 몰랐느냐. 원래 아티스트란 그런 것”이라는 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 가수가 똑 같은 모습을 보였다면? ‘세계적 스타’란 타이틀에 우리가 얼마나 약해지는 지,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자리었다.
이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