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새 드라마 '도둑의 딸' 인간적 도둑가족 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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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5년 형기를 마치고 갓 출소한 아버지(주현)는 전과 12범의 전문 도둑. 아버지와 '일' 을 하다 만났다는 어머니(서승현)도 전과 2범. 장물을 팔려다가 덜미가 잡혀 현재 구치소에 수감중인 큰아들(이경영)은 물론이고, 며느리(김은수)역시 '현장' 에 나서면 시어머니와 척척 호흡이 맞는다.

막내(김래원)까지도 폭력 전과가 있는 이 집안에서 유일한 '보통 사람' 이라면 딸(김원희)뿐. 언뜻 살벌한 가족 구성이지만 정작 이네들이 다 모인 자리는 여느 가족들처럼 화기애애했다.

SBS가 29일부터 방송하는 새 월화드라마 '도둑의 딸' (극본 김운경.연출 성준기)의 촬영이 한창인 지난 23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아파트 단지내 상가 앞. 짬을 내 동네 슈퍼 앞 파라솔 밑에 모인 도둑가족과 이들을 주시하는 경찰들은 인간적이고 서민적인 면에서 마음이 통했다.

"멀쩡한 양말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집안식구에게 '양심이 있어야 한다' 고 야단을 치는 도둑예요. '하느님 도와주는 심정으로 좋은 일 한다' 면서 도둑질한 돈으로 감방 동기에게 심장수술을 시켜주기도 하구요. 이 도둑의 눈으로 볼 때 더 지독한 도둑놈이 있다는 얘기도 곧잘 합니다."

평생 도둑질로 살아왔지만 칼 한 번 들지 않아 후배들로부터 존경까지 받는 도둑 김광수(주현)의 말이다. 성격의 의외성은 형사쪽도 도둑 못지않다.

"놓칠 뻔한 범인을 시민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잡았으면서도 동료들 앞에서는 허풍섞인 자랑을 하는 형사가 있는가 하면, 집에서는 마누라에게 쥐어살고 사무실에서는 아부에 정신없는 형사도 있습니다. 무술 솜씨를 뽐내거나 윽박지르기식 취조를 하는 형사가 아니라, 그야말로 서민적 형사들이지요. "

극중 문형사(이원재)의 말에 홍반장(조형기)역시 "아빠같은 형사, 오빠같은 형사" 라고 성격을 소개한다.

이런 도둑과 형사라면 둘 사이 인간적인 만남도 이상스러울 게 없다.

드라마는 역설적인 인물 설정과 대사를 통해 풍자적인 웃음을 주는 한편, 도둑의 딸(김원희)과 신참 형사(손현주)의 로맨스를 계기로 도둑 가족을 교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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