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 교수 서울국립국악원서 가야금 독주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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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일본에도 가야금곡이 있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이다.

이지영(35.용인대 국악과)교수는 31일 서울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갖는 가야금 독주회에서 일본의 현대 가야금곡 두 작품을 발표한다.

1994년 만들어진 칸노 요시히로 작곡의 '별빛 숲' 은 일본 나라시의 왕실 보물창고 정창원에 보존돼 있던 신라 가야금(新羅琴, 시라기고토)의 복원을 기념한 곡. 일본의 고대문집인 '만요슈(萬葉集)' 의 문장에서 악상을 얻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가야금이 고작 2백년전 것인데 비해 일본은 신라 가야금을 3대씩이나 보관하고 있고 나아가 이를 복원까지 했다는 데 대해 가야금 연주자로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일본곡이라 연주하길 꺼렸다는 李교수는 그러나 연습할수록 신비로운 선율에 찡한 감동을 느꼈다고 말한다.

다른 한 곡은 세계적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타카하시 유지의 '다리를 건너는 동안' . 원래 일본의 전통 현악기인 고토를 위한 작품이나 마림바 2중주, 25현 변주 등 여러 버전이 나올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고토는 쓰메라는 도구를 손가락에 끼고 연주하기 때문에 살짝만 건드려도 소리가 납니다. 빠른 연주가 가능하고 기교를 부리기 쉽죠. 그러나 가야금은 일일이 손으로 뜯어야 하니 소리를 내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제 살갗으로 연주하므로 연주자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그로써는 이번 독주회가 가야금 연주박사과정(이화여대 한국음악과)의 수료과정을 마무리짓는 것이기도 해 더욱 뜻깊은 자리. 여섯살 때 가야금을 시작한 이교수는 선화예중.고, 서울대및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98년 한국현대음악앙상블을 조직해 현대음악과 국악을 연결하는 크로스 오버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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