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구미에만 맞추지 않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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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주말 드라마의 르네상스를 위해 MBC프로덕션 사장까지 지낸 최종수(57.사진) PD가 현장에 돌아왔다. 그 무대는 다음달 2일 첫 방영되는 MBC '한강수타령'. 가진 것 없어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중년 여성과 딸들의 '건강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최PD는 요즘 아현시장.노량진 수산시장 등을 누비며 촬영에 한창이다.

물론 올 3월까지 사극 '왕의 여자'(SBS)를 연출한 김재형 PD 같이 연륜 있는 현직 PD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PD처럼 경영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전례가 없다. 1973년 MBC에 입사한 그는 '사랑과 야망''그대 그리고 나'등을 연출한 대표적 흥행 PD. 2001년부터 올 3월까지 MBC프로덕션 사장을 역임했다.

"주5일제가 시작되면서 주말 드라마 시청률이 크게 떨어졌어요. PD들이 위기의식을 느낄 만큼요."

이런 전반적인 하락 와중에서 MBC는 특히 충격이 컸다. '장미의 전쟁''사랑을 할거야' 등 야심작들이 연달아 같은 시간대 KBS에 참패를 당한 것. 최PD는 이를 만회할 일종의 구원투수로 보면 된다.

"신데렐라 스토리, 출생의 비밀 등 소재주의의 한계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선남선녀들의 우여곡절 사랑 얘기 중심으로 흐르는 것도 경계해야지요."

최PD는 "여러 계층.세대의 문제와 고민, 희망을 복합적으로 그리겠다"고 말한다. 실제 있음직한 가족내 갈등과 화해, 또 세대 간 가치관 문제 등을 다룰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는 "가족을 배제시킨 채 지나치게 젊은 사람 구미에 맞도록 만드는 요즘 드라마 분위기를 바꿔놓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파리의 연인'(SBS)을 비롯한 최근 드라마 열풍에 대해 "예부터 우리 민족은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았느냐"며 다소 싱거운 분석을 내놓은 최 PD. 곧 "영상세대인 젊은 PD들의 감각이 뛰어나 드라마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몇몇 스타에 의존하는 제작풍토 ▶완성도를 해치는 간접광고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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