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올 3월까지 사극 '왕의 여자'(SBS)를 연출한 김재형 PD 같이 연륜 있는 현직 PD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최PD처럼 경영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전례가 없다. 1973년 MBC에 입사한 그는 '사랑과 야망''그대 그리고 나'등을 연출한 대표적 흥행 PD. 2001년부터 올 3월까지 MBC프로덕션 사장을 역임했다.
"주5일제가 시작되면서 주말 드라마 시청률이 크게 떨어졌어요. PD들이 위기의식을 느낄 만큼요."
이런 전반적인 하락 와중에서 MBC는 특히 충격이 컸다. '장미의 전쟁''사랑을 할거야' 등 야심작들이 연달아 같은 시간대 KBS에 참패를 당한 것. 최PD는 이를 만회할 일종의 구원투수로 보면 된다.
"신데렐라 스토리, 출생의 비밀 등 소재주의의 한계에서 벗어나려고 합니다. 선남선녀들의 우여곡절 사랑 얘기 중심으로 흐르는 것도 경계해야지요."
최PD는 "여러 계층.세대의 문제와 고민, 희망을 복합적으로 그리겠다"고 말한다. 실제 있음직한 가족내 갈등과 화해, 또 세대 간 가치관 문제 등을 다룰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는 "가족을 배제시킨 채 지나치게 젊은 사람 구미에 맞도록 만드는 요즘 드라마 분위기를 바꿔놓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파리의 연인'(SBS)을 비롯한 최근 드라마 열풍에 대해 "예부터 우리 민족은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았느냐"며 다소 싱거운 분석을 내놓은 최 PD. 곧 "영상세대인 젊은 PD들의 감각이 뛰어나 드라마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몇몇 스타에 의존하는 제작풍토 ▶완성도를 해치는 간접광고 등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이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