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여 1야 좌우할 '총무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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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치의 중심이 정당에서 국회로 옮아가고 있다.

16대 총선이 조성한 야대(野大)양당구도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회 내 협상의 권한을 쥐고 있는 원내총무의 위상도 강력해질 것이라는 게 여야의 공통된 전망이다.

지도부 경선에 도전하기 위해 각각 총무직을 내놓을 박상천(朴相千.민주당).이부영(李富榮.한나라당)총무는 "16대 원내총무들이 한국 정치문화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주역이 될 것" 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회법상 교섭단체 대표의원(floor leader)의 면모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다.

朴총무는 "여야 어느 쪽도 독주할 수 없는 정치환경에서 총무의 협상력과 리더십이 중요하게 됐다" 며 "총무에겐 당 지도부로부터 유례없는 재량권이 쥐어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李총무는 "특히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총무는 국정책임감과 자부심을 동시에 지닐 수 있을 것" 이라고 했다.

원내사령탑인 총무는 사무총장.정책위의장과 함께 당3역 중 한자리다. 1960년대 야당시절 김영삼(金泳三.YS)전 대통령은 총무를 통해 정치적 입지를 탄탄히 굳혔다. YS는 지금도 65~69년까지 정통야당의 5선 원내총무 경력이 '40대 기수론' 의 바탕이 됐다고 회고한다.

입법부(立法府)가 아닌 통법부(通法府)라는 비난을 들어야 했던 유신시대에도 원내총무 주변엔 정치의 영역이 남아 있었다. 국회가 허약했던 5공시절 총무의 위상은 떨어졌고, 조직과 돈을 틀어쥐고 있는 집권당 사무총장이 위세를 떨쳤다.

그 후 1노(盧)3김(金)(노태우-김대중-김영삼-김종필)의 여소야대 시대(88~90년)와 YS정권(93년)이후 지금까지 원내총무는 '가파른 여야대치의 선봉대' 이미지로 남아 있다.

역대 총무들은 "집권당 총재인 대통령과 공천권을 쥔 야당총재가 원내총무를 자신의 정치이익을 국회에서 대변하는 대리인 정도로 인식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 며 보스의 인식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가 원내총무들이 새로운 역할공간과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줘야 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주문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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