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관계자들 "청와대 윗선서 차종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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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부고속철도 차종(車種) 선정은 청와대 상층부의 결정사항이었습니다. 청와대 비서관이나 교통부 관료들이 끼어들 부분이 없었습니다."

1993년 6월 경부고속철도 차종이 프랑스 알스톰사의 테제베(TGV)로 최종 결정될 당시 청와대비서관이던 A씨의 증언이다.

당시 결재선상에 있던 고위 관료와 비서관들은 한결같이 "알스톰사의 로비스트로 알려진 崔만석씨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고 최종 결정은 문민정부의 실세들이 했다" 고 말했다.

A씨는 "당시 노태우(盧泰愚)정권에서 문민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청와대비서관들은 4월부터 업무를 시작했고, 그 두달 뒤 차종이 선정됐다" 며 "따라서 실무작업은 노태우 대통령 때 이미 끝나 있었다" 고 말했다.

그는 "경부고속철 사업의 경제성 등을 정리한 간단한 보고서만 당시 朴재윤 경제수석에게 보고했고, 이후 보강지시도 없이 곧바로 대통령에게 보고됐다" 고 회고했다.

93년 5월부터 96년 3월까지 고속철도공단 이사장을 지낸 박유광(朴有光)씨도 "최만석이란 사람의 이름조차 듣지 못했다.

부임 이전에 전임 김종구(金鍾球)이사장이 모든 일을 끝냈고 부임 한달 후 6차 평가서가 나와 청와대에 넘겼다" 고 기억했다.

92년 3월 출범한 고속철도공단 초대 이사장을 맡았던 金이사장은 지난해 고인이 됐다.

당시 교통부 고위관리였던 C씨는 "교통부 공무원들 사이에 '청와대 상층부에서 좌우하는데 공무원이 끼면 다친다' 는 말이 돌 정도였다" 며 "정권 초기 대대적 사정이 펼쳐져 공직자들은 몸을 한껏 움츠렸고 상대적으로 로비는 정치권으로 한정됐을 것" 이라고 회고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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