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전자상가, 서비스는 뒷전…고객들분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지난 주말 오후 컴퓨터용 프린터를 사러 서울 용산전자상가를 찾았던 李모(42.회사원.인천시 부평구)씨는 두시간여 동안 혼이 났다.

원효대교를 건너자 마자 차량이 뒤엉켜 터미널상가 앞 공영 주차장까지 3백여m의 거리를 가면서 40여분 동안 승용차 안에 갇히다시피 했다. 포장마차와 화물트럭, 불법 주.정차 차량 등이 상가 앞 도로를 점령해 버린 때문이다.

李씨의 짜증은 계속됐다. 매장 서너곳에서 제품값을 물어본 뒤 잠시 쉴 공간을 찾았지만 변변한 휴게실 하나 없었다. 더욱 황당한 일은 오후 7시쯤 주차장에 와 보니 두시간 주차료(4천8백원)가 하루치 요금인 2만4천원으로 찍혀 있었던 것.

서울시설관리공단 소속 주차장 직원은 퇴근해 버린 뒤였고 요금은 온라인 송금을 해야하며 이의가 있으면 다음날 직접 찾아오라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李씨는 " 첨단의 메카로 불리우는 이 곳의 주변시설과 서비스가 이렇게 엉망인 줄은 몰랐다" 며 분통을 터뜨렸다.

◇ 주변기초시설 확충 게걸음〓이 곳에는 6천여개의 컴퓨터.전기.전자제품 판매 업체들이 입주해 있다.

지하철 1.4호선이 닿지만 구입 제품을 승용차에 싣고 가려는 고객들이 많아 늘 차량이 붐빈다.

그러나 상가내 주차 규모는 공영주차장 6곳(9백47대 용)과 전자랜드.선인 등 6개 상가내 민영 주차장을 합쳐도 3천여대에 불과하다.

공영주차장의 경우 직원들이 오후 6시30분쯤 퇴근해 미리 주차시간을 예상해 요금을 내지 않으면 李씨처럼 낭패를 당하기 일쑤다.

이 때문에 불법 주.정차가 기승을 부린다. 하역공간이 없어 대형 화물트럭들이 도로를 점유해 도로 체증을 부채질한다.

특히 상가내에는 휴식공간.문화시설이 거의 없어 15만명의 고객이 몰리는 말엔 아수라장이 된다.

◇ 잦은 가격시비〓17만원에 일본산 소형 카세트레코더를 산 金모(15.서울 성북구)군은 최근 e-메일을 통해 바가지를 썼다고 호소했다.

친구가 같은 모델을 10만원에 산 것을 뒤늦게 알고 업체에 항의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같은 제품이라도 매장별로 값차이가 적지 않아 가격 시비가 잦다는 지적이다.

양영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