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의사] 경희대병원 안회영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이비인후과 OOO입니다."

병원에 전화를 걸어 불쾌한 경험을 했다면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에 한번 전화를 걸어보자. 교수라고 예외가 없다.

전화벨이 3회이상 울리면 죄송하다는 인사말과 함께 부서와 이름을 음정 '솔' 의 명랑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이비인후과 교수가 고객만족을 위한 전문서적 '환자에 대한 배려는 우리의 큰 보람입니다' 를 내 화제다.

지난해까지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장을 맡아온 안회영(54)교수가 주인공.

"95년 과장직을 맡으면서 침체돼 있던 과를 살리기 위해 고객만족(CS)개념을 도입했습니다. 그리고 나 자신부터 '환자에게 항상 심리적인 만족감을 갖게 하겠다' 는 비전을 세웠죠. "

그는 실천방안으로 외래.검사.수술.입원 등 모든 상황을 분류한 뒤 환자와 만나는 고객접점을 분석, 서비스 메뉴얼을 만들기 시작했다.

예컨대 외래의 경우 접수증을 꽂는 행위부터 수납후 귀가까지 10개의 고객접점을 만들어 최선의 시설.운영 방식.직원 응대, 그리고 해서는 안될 금기사항의 구체적인 방법을 예시한 것.

이를 위해 그는 고객만족전문가를 초청, 과직원이 2일동안 20시간 교육을 받는가하면 본인도 능률협회 CS컬리지와 매스터과정을 수료하는 등 전문성을 키워나갔다.

"환자수와 수술건수가 매년 20%씩 늘어나 과장직을 그만 둔 지난해까지 1백% 신장됐습니다." 하지만 그가 더욱 값지게 생각하는 것은 직원들과 레지던트들의 자긍심을 키워준 것이다.

"내부고객(직원)이 자신의 일에 만족해야 외부고객에 충실할 수 있지 않겠어요." 해서 그는 레지던트들에게 최고의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1년차부터 독일.미국등 선진 의료계의 워크샵 참가를 지원해주고 있다.

오디오.비디오시설이 갖춰진 컨퍼런스 룸, 과비(科費)허용한도 내에서 최고 시설의 학년별 방을 만들어준 것도 그의 배려. 간호사나 의료기사에게도 생산성본부에 파견, 교육을 장려하고, 여가활용을 하도록 스키나 골프 강습료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그에 대한 명성은 이미 잘 알려져 병원서비스의 교과서로 이름난 안동병원에서조차 벤치마킹할 정도. 그도 년 30~40회 병원과 기업에 강연을 다니고 있다.

"의사들이 사회에서 홀대를 받는 것은 환자들을 그렇게 다뤘기 때문이아니겠어요. 환자를 아버지나 형제처럼 돌보면 보람도 얻고, 스스로의 위상이 올라간다고 봅니다.

" 그래서 그가 제자들에게 주문하는 것은 "유명한 의사(Famous Doctor)가 되려하지 말고 좋은 의사(Good Doctor)가 되라" 는 것이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