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정밀부품 잇단 국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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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소기업이 반도체의 초정밀 부품을 잇따라 국산화해 반도체 회사에 본격 납품하고 있다.

충남 아산의 BI이엠티는 포항공대와 3년여 동안 15억원을 들여 연구한 끝에 반도체의 재봉질에 쓰는 바늘인 커필러리(모세관)를 국산화해 지난해 말부터 삼성전자.현대전자.아남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 회사에 납품을 시작했다.

이 제품의 무게는 0.06g이며, 개당 가격이 10달러로 2백56메가D램과 비슷해 초정밀 반도체 부품 가운데 무게를 따질 때 가장 비싸다.

세라믹으로 만든 이 제품은 반도체 소자를 99.9%의 순도를 가진 금선이나 구리선을 사용해 고속 재봉질로 리드 프레임과 연결할 때 쓰는 바늘이다.

따라서 커필러리는 매우 정밀하고 강해야 한다.

3백여개에 이르는 선 가운데 하나만 잘못돼도 불량품이 되기 때문에 그동안 주로 수입에 의존해 왔다.

외환위기 상황에서 다들 연구비를 줄일 때 BI이엠티는 '중소기업으로 이 때가 아니면 우수 인재를 구할 수 없다' 고 판단해 사원을 늘리고 연구개발비를 집중 투입해 국산화했다.

바늘 길이는 11.1㎜. 구멍 크기는 약 30마이크론에 불과하다.

외국제품의 수명이 평균 60만번 박음질인데 비해 이 회사 제품은 1백50만번으로 훨씬 길다.

이강렬 사장은 "세라믹이라 소성하면 모양이 변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고 말했다.

이 회사 제품은 외제가 개당 6~7달러인데 비해 10달러로 비싸게 팔고 있다.

관련 특허를 출원했으며 신제품 매출에 힘입어 1998년 1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40억원으로 뛰었고, 올해는 1백5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충남 천안의 중소기업 코디스는 반도체 기판(웨이퍼)을 자르는 톱을 만들었다.

창업 4개월 만에 개발에 성공했고, 시험 테스트를 거쳐 아홉달 만인 지난해 9월부터 삼성전자에 납품을 시작했다.

웨이퍼를 자르는 톱도 바늘 못잖은 초정밀 제품이다. 날의 두께가 종이보다 얇은 1천분의 5㎜다.

원형으로 고속 회전하며 웨이퍼를 잘라 1천분의 1㎜의 오차만 있어도 안된다.

톱 가격은 몇만원대지만 자칫하면 1천만원짜리 웨이퍼 전체를 못쓰게 만들 수 있어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생명이다.

이 제품의 개발 소식이 알려지자 그동안 국내 시장을 거의 독점해 온 일본의 D사는 가격을 3분의1 수준으로 낮췄다.

종업원 10명의 국내 중소기업이 세계 시장의 80%를 차지한 일본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윤주환 사장은 인조 다이아몬드 업계에서 20여년간 일한 장인으로 종업원들도 그가 독립하자 따라 나섰다.

尹사장은 "산업용 인조 다이아몬드의 수요는 무궁무진한데 국내 기술수준은 아직 초보단계" 라며 "5년 안에 국내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빅3' 에 들겠다" 고 말했다.

아산〓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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