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초등생들 "서울구경 꿈만 같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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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왕들이 살던 경복궁이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63빌딩을 직접 둘러볼 수 있게 되다니 꿈만 같아요. "

3일 관광버스를 타고 첫 서울 나들이 길에 나선 전북 고창군 공음면 선동초등학교 6학년 양진선(13)양은 마음이 설레어 지난 밤 잠까지 설쳤다. 관광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2박3일의 서울 구경에 나선 일행은 이 학교 전체 어린이 44명과 교사.학부모 등 59명.

내년 폐교 예정인 선동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어린이날을 맞아 값진 선물을 만들어준 사람은 1년 전까지 이 학교에 근무했던 홍희숙(洪姬淑.27.여.현 이리남초등학교 근무)교사.

洪교사가 지난해 11월 LG텔레콤이 주최한 '밀레니엄 소원성취 페스티벌' 에 응모.당선돼 회사측 지원으로 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그는 1996년 대학을 졸업하고 선동초등학교에 첫 발령을 받아 3년 동안 햇병아리 교사의 꿈과 열정을 아낌없이 바쳤다.

"국회나 국립박물관.고궁 등을 설명하면 아이들이 몹시 가보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어요. 2년 연속 가르치며 정이 듬뿍 든 6학년 아이들이 9명밖에 안돼 졸업여행을 갈 수 없는 형편이라는 말을 듣고는 너무나 가슴이 아팠어요. "

LG텔레콤의 광고를 본 洪교사는 아이들의 소망을 풀어주고 싶다는 자신의 소원을 적어 응모해 꿈을 이뤘다. 洪교사는 임신 4개월의 몸인데도 불구하고 직접 뛰어다니며 여행사 계약.일정.코스.프로그램 등을 챙겼다.

그는 "시골에만 머물러 작아져 버린 아이들의 포부가 이번 여행을 계기로 커졌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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