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연정 DJ-김윤환 회동서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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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윤환(金潤煥)민국당 대표대행의 1일 청와대 회동 화제는 단연 '일본식 연정(聯政)' 이었다.

50분간의 조찬회동에서 金대통령은 '여소야대(與小野大)양당구도' 를 관리할 아이디어를 구했다. 6공 초기에 여당(민정당)시절 여소야대를 경험했던 金대행이 연정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

일본식 연정이란 내각제 국가에서 이해가 맞는 각 당의 정책연합을 통해 법안 통과 등 국회의 주도권을 잡는 방식이다.

金대행은 연정 도입의 필요성을 4.13 총선 결과 형성된 의석 분포에서 찾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당구도가 형성됐지만 어느 당도 과반수 확보에 실패했다.

민주당의 경우 자민련과 합치더라도 군소정당과의 추가 연대 없이는 과반수 확보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金대행은 金대통령에게 "민주당이 국회에서 원만한 법안 통과를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두가지밖에 없다" 고 설명했다.

하나는 한나라당과 '거국 내각' 을 매개로 제휴하는 방안이고, 다른 하나는 한나라당 이외의 정당들과 '정책연대' 를 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金대통령 입장에서 한나라당과의 제휴는 현실적인 부담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연정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게 金대행의 주장이다.

金대행은 민주당이 자민련.민국당.한국신당 등과 정책연대를 형성, 법안 발의에서부터 통과까지 공조할 수도 있지 않으냐는 것. 이럴 경우 군소정당 입장에선 자신들의 정책을 연정을 통해 관철할 수 있는 이점을 누린다. 총선에서 떨어진 金대행은 자신의 정치적 활로를 여기서 찾고 있는 듯했다.

반면 집권당도 남북 정상회담 등 굵직한 현안을 원만히 처리할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연정이 이뤄지려면 합당이나 의원 빼내오기 같은 인위적 개편을 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붙는다. 金대통령은 이미 한나라당.자민련.한국신당 대표와의 연쇄회동에서 이 대목을 약속했다.

문제는 대통령제 하에서 일본식 연정이 과연 가능하느냐는 점이다.

金대행은 "전혀 새로운 시도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지 않으냐" 며 "되고 안되고는 통치권자의 의지에 달렸다" 고 했다.

金대행에 따르면 金대통령은 일단 관심을 보이는 눈치였지만 명확한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고 전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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