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무림고수 ‘안녕바다’ 첫 앨범 신고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안녕바다’의 멤버들. 네 명이 모두 안경을 써 ‘안경바다’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왼쪽부터 대현(키보드), 나무(보컬·기타), 준혁(드럼), 명제(베이스). [플럭서스뮤직 제공]

그들의 음악을 접한 건 최근 일이지만, ‘안녕바다’라는 이름은 꽤 오래 전부터 들었다. 이승환, ‘언니네 이발관’ 등의 공연을 다녀온 사람들을 통해서다. 2년 여간 수많은 가수들의 라이브 공연 오프닝 밴드로 무대에 서며 “괜찮은 팀 하나 나왔다”는 소문을 몰고 다녔던 신인밴드 ‘안녕바다.’ 이들이 드디어 첫 번째 미니앨범 ‘보이스 유니버스(Boy’s Universe)’를 발표하면서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간 여러 무대에서 선보였던 노래 중 “팀의 색깔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5곡을 엄선해 모은 음반이다.

4일 만난 ‘안녕바다’의 네 멤버에게선 이제 막 첫 앨범을 낸 신인의 풋풋함이 물씬 풍겼다. 그간 공연장에서만 자신들의 노래를 접했던 관객들이 “앨범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두근두근해 잠이 안 올 지경”이라고 했다. 이미 다양한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 네 사람이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설렘에 요즘도 매일 오전 9시 연습실에 모여 합주를 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오프닝 전문’에서 주인공으로=한때 ‘안녕바다’는 ‘홍익대 앞의 아이돌 밴드’로 알려졌었다. ‘노란 뽀글머리’를 한 보컬 나무의 튀는 외모 덕분이었다. 알고 보니 “눈에 띄려 일부러 파마한 게 아니라, 지독한 곱슬머리에 염색만 한 것”이란다. 연극영화과를 다니던 보컬 나무(23)가 함께 살던 고등학교 친구인 키보드 주자 대현(23)과 밴드를 시작한 것이 2006년. 마침 옆집에 살고 있던 베이시스트 명제(27)와 인연이 닿았고, ‘홍익대 앞의 숨은 드럼달인’ 준혁(31)이 합류하며 지금의 진용이 갖춰지게 됐다.

2007년 쌈지 싸운드 페스티벌에서 ‘숨은 고수’로 선정되며 존재를 알린 이들은 지난해 같은 페스티벌에서 ‘무림 고수’로도 뽑혔다. “보통 숨은 고수에서 무림 고수로 올라가는 데 2년 넘게 걸리는데, 그걸 1년 만에 해냈다는 게 우리 나름의 자부심이죠. 그때부터 싸이월드 클럽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 팬들이 어느새 1400명을 넘어섰어요.” (대현)

◆팬들이 함께하는 즐거운 음악=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만든 음반인 만큼 고민도 깊었다. 밴드를 시작할 땐 “그냥 우리끼리 좋으면 된다”였지만, 앨범을 내려다 보니 “사람들이 원하는 게 뭘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그렇게 탄생한 음반에는 ‘안녕 바다’를 아는 이들이라면 이미 익숙한 ‘내 맘이 말을 해’ ‘별빛이 내린다’ ‘순(Soon)’ 등 5곡의 노래가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가미된 세련된 느낌으로 바뀌어 담겼다.

별이 쏟아지는 듯한 사운드가 귀에 박히는 타이틀곡 ‘별빛이 내린다’는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무가 당시를 떠올리며 만든 곡.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영감을 얻은 ‘뷰티풀 댄스(Beautiful Dance)’는 랩까지 가미된 본격 댄스곡으로, 벌써부터 “무대에서 다같이 춤을 춰야 하나” 고민 중이란다.

“밴드 음악이라는 한계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장르로 우리 이야기를 펼치는 것이 목표”(준혁)라는 이들은 음반 발매에 맞춰 오는 30일 선배 밴드 ‘보드카레인’과 함께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 이벤트홀에서 합동공연도 연다.

“그 동안 앨범이 없어서 초청받지 못한 무대가 너무 많았거든요. 내년에는 더 많은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당당하게 우리 음악을 알리고 싶습니다.” (명제)

이영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